2020.03.03 21:02
토스터에서 두 쪽의 빵이 구어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전희진
가슴 한 쪽이 벌렁거리는 동안
한 쪽의 심장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시를 못쓰는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연민하고
가게를 팔 생각을 하고
가게를 팔아야 하나 생각하고
계약서에 싸인을 받아오면 어쩌나 하는 찰나
철커덕 토스터에서 불안한 빵의 얼굴이 검게 타서 올라오고
다시 식빵 두개를 집어 넣는다
불을 약하게 고치고 기다린다
세상에 종말이 올때도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은 꼭 있는 법
종말이 미리 찾아온 것처럼
빵에 바를 버터와 잼을 미리 꺼내 놓는다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다시 구어져나올 빵의 미래를 생각하며
몹쓸 빵처럼 버려진 과거를 떠올린다
토스터와 나 사이 찰나 사이
깜짝 하면 아무 생각없이 튀어오르고 마는 사이
튀어오르던
가열된 시간이 나를 한참을 설레게 하고 한참을 힘들게 하고
가슴 한쪽은 여전히 벌렁이고
-시와정신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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