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9 19:40
밀접 접촉자
-Covid-19
전희진
어제의 나는 사회 복지사 A를 만나고
A는 그의 누나 B를 만나고
그의 누나 B가 헤어진 옛 애인 C를 만났다는데, 별 볼일 없던 C, 별 볼일 있어진 C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불알친구 D를 불러내 저녁은 대충대충 딱 한 잔의 술이 두 잔이 되고 열 잔이 되도록 혀가 꼬부라지도록 헤어졌다는데
그다음 날 살집이 웬만한 D가 손이 유난히 희고 가늘던 고교 동창 F를 만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원수같은 토요일, F가 초대한 40세 생일 축하 자리에 G H I J K L M N O P Q......
Z까지 대략 이십여 명
나는 A밖에 모르는데
A는 B밖에 모르는데
진짜 내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나와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Z 사이엔 동선이란 단호하고도 분명한 길이 트인다 안면을 트듯이
하나의 안면과 또하나의 안면을 건너다보면 건널 수 없는 건널목에 다다른다
아담과 나 사이에 죄라는 까마득한 동선을 건너다보면 건널 수 없는 십자가가 보이듯
드드득드드득 돌아가는 오래된 저 세탁기가 언젠가는 뚝, 울음을 멈출 거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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