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2004.11.14 10:34

Gus 조회 수:382 추천:42









밤바다


어느 날 나의 노랑새가 떠났다.

언제나 내 품에서 즐거워하던 사랑스런 작은 새가

영원한 사랑과 평화를 찾았다고 했다.

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그 새는 날아갔다.

바닷가에서였다.

나의 노랑새가 훨훨 날아 가며 찬미하던 그 겨울의 밤바다 …

내게는 암흑일 뿐이었다. 온 세상이 어둠이었다.

끝도 없이 터져버린 새까만 시야,

시간도 정지하고 공간도 없이 온통 꺼멍에 다 빨려 들어가,

오직 칠흑만 끝이 없는 먹먹한 세상이었다.

귀마져도 먹먹하게 막혀 소리도 사라져,

가슴을 짓누르고 숨을 죄어 오는,

머리와 가슴을 꽉 채워 터뜨릴 것 같은 먹먹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칠흑의 적막 속에 거대한 파도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미친 듯이 웃어대며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개거품을 뿜으며 몰려 오는 몸서리쳐지는 악마의 몸짓인 듯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온 세상에서 단 하나 하얗게 어둠을 거부하는 몸짓이었다.

시커먼 어둠 속에 하얗게 달려드는 이 거대함,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함인가?

하얀 물 거품이 솟구쳐 오르며 내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하! 나도 이제 어둠을 박차고 하얗게 터져 산산히 부서져 날으리라.

그리고, "어둠 속에 비치고 있?그 빛"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무렵,

나도 노랑새처럼 날기 위해 날갯짓을 시작했다.

어둠을 깨고 이제는 나도 날아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노랑새,

그 새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나도 사랑해야 했다.

알 수 없는, 느낌도 없는 사랑이었지만

나의 사랑이 사랑하므로 나도 사랑해야 했다.

힘겨운 날갯짓은 계속됐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날 수 없었다.

노랑새를 올려다 보며 두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온 힘을 다해 내 새를 쫓아 뛰고 있을 뿐이었다.

때때로 두 팔을 뻗쳐 올리고 찬미의 노래도 불렀다.

나의 두 팔이 날개되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두팔은 허공을 가르고 있을 뿐,

나의 노랑새는 여전히 내 머리 위에서 날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의 노랑새와 같이 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서

아직도 나는 두 팔을 허우적 거리고 있다.

지치고 힘들 때면 주저앉고 싶지만,

나는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찾아서 어렵게 얻은 것이

더욱 값지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것임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것을 얻게 되는 날, 나는 희열에 떨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리라.

나의 노랑새와 함께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다니리라.

그 때까지 나는 힘겹게 허우적거리면서라도

날갯짓을 계속하리라.

그러다가 언젠가는 사랑하는 나의 노랑새와 함께 날며

영원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게 되리라.

설혹 끝내 날지 못해

노랑새가 얻은 영원한 사랑과 평화를 구하지 못할지라도,

나는 결코 원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위해 온 몸과 맘을 바쳤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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