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되찾자

2004.11.16 23:24

Gus 조회 수:352 추천:64

내게는 두 아들이 있다. 중1이된 작은 놈이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몇가지 있다. 그 중, 의례 그 나이에는 그렇듯이 자동차에 관한 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남다른 것은 그 표현이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멋있는 차가 지나가면 이건 완전히 "까부러지는"거다. "와와와와와우!!!, 으흐흐흐!!!!"하는 감탄사가 서두를 장식한 후 말이 이어진다. 멋있는 차 한대가 그런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줄은 예전에 나는 미처 몰랐다. 나도 호기심이 꽤 많은 편이다. 희귀한 것이나, 흔치 않은 happening을 보면 내 작은 놈처럼 그런 감탄사는 질러대지 않아도 왜 다른 것과는 다른지, 왜 이상한 일이 일어 났는지 많이 궁금하다. 물론 작은 놈처럼 감정이 풍부하지는 않다.

나이가 들어 가며 어릴 때의 감정과 정서를 유지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우스운 얘기를 들어도 그저 빙긋이 미소만 띄는 분들, 아니 왜 깔깔 한바탕 시원하게 웃어 제끼지 못하는가?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어도 "어 그래" 하고 넘어가는 사람들, "와우! 우찌 그런일이!?" 하면서 따지고 드는 호기심은 왜 없는가? 아마 세상을 오래 살면서 먹고 사는 일, 아이들 키우는 일 등 세상 일에만 몰두하며 살다보니 감정과 정서는 메마르고 갉아 먹혀 들어가 버렸나 보다.

감정과 정서를 함양하는 것은 우리 개인의 내적 문화의 성숙이다. 우리 사회에 문화가 없다면 삭막하다. 어느 정도 먹고 살게 되면 사회 외부의 문화를 즐기며 살기를 원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내부 문화가 말살돼 있다면 사회 외부의 문화도 즐길 수가 없게 된다. 감정과 정서가 말라 붙어 개인의 내부 문화가 소진돼 가는 사람들을 보면 쓸쓸하다. 풍부한 감정과 정서는 사랑의 밑거름이다. 이웃의 고통을 같이 나누며 사랑하려면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감정과 정서가 메말라 문화가 없는 곳에는 공감과 사랑이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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