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문학서재: 3. 장태숙 시인
2006.11.30 01:45
장태숙시인의 서재는 조용히 혼자 앉아서 시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우선 서재의 창작마당에 들어가면 85편의 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늘 뒤돌아보고, 주춤거리고, 꿈꾸고, 떨고, 야위고, 버티고, 쓰다듬고, 다림질하면서 치열한 시 정신을 갈고 닦는 다는 김동찬 시인의 평에 어울리게 꾸준히 올라오는 시인의 시를 읽으면 찡-하고 가슴이 아려오거나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슬픈 일을 많이 경험한 일이 없어 보이는데 장시인의 시를 읽으면 ‘슬픈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모짜르트의 말이 생각난다.
창작마당에선 오랜 시부터 읽는 것이 좋다. 제 2번 작품 ‘길’에서 시인은 /나의 길은/가늘고,/ 가볍고,/ 쓸쓸하네/…라고 노래하지만 시인의 많은 시들은 결코 가볍거나 가늘지 않고 오히려 묵직한 감동을 가슴에 안겨준다. /이 가을,/ 말라 떨어지는 것이 어디 낙엽뿐이겠습니까?/ 라고 시작되는 ‘가을 나팔꽃 2 (여자)’ 이라던가 /도무지 이 손, 놓을 곳이 없습니다/…라고 끝나는 ‘가을 나팔꽃 (손)’ 의 이미지나 ‘나 또한 그러했네’ 에서 풀잎을 뜯어 날리는 화자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허지만 그의 시를 읽고 ‘가슴을 데인 통증’을 느꼈으니 치료비를 달라고 하면 그는 ‘미안하게도 나는 처방을 모르네…’ 라고 시침을 뚝 땔 것 같다. ‘어머니는 화투를 치신다’ 와 수필 ‘그리움은 단풍처럼 붉어지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 이를 감상할 때 클리넥스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눈물이 찔끔 찔끔 날 테니까.
다른 시들이 너무 무거우면 ‘자목련’ 이나‘거리’를 읽을 수도 있다. /여린 가슴 열다/ 봄 햇살에 화다닥 데인/ 통증/…이나 , /바다 밑 깊숙이 숨은 발 더듬어/ 발로 간지럽혀 보는/ 독도의 두 섬/…을 읽다 보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더 우울한 날은 /도로 위,/반쪽 집이 실려간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천천히/ 하얀 날개 접은 커다란 나비 같다/…라는 ‘생애 단 한 번의 여행’을 읽으면 우울이 사라질 것이다.
‘컴뮤니티’에 있는 ‘몽당연필’ 또한 잊지 말고 방문해야 할 곳. 장태숙시인의 시론이나 그의 시에 대한 평론 등 여러 가지 읽을 거리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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