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을 닮았나

2009.04.18 00:53

고대진 조회 수:510 추천:118

 최근 내가 좋아하는 칼럼에서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몹시 싫어해 대수 시험에 낙제한 적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아들녀석이 읽었으면 “아무래도 내가 아인슈타인을 닮았나봐…” 라고 말하면서 성적표를 내밀 것 같다. 성적표에 나온 수학점수는 물론 아인슈타인과 같은 점수일 것이고….

 그러면 난 이렇게 대답할거다. “내가 아인슈타인을 잘 알지. 그런데 아들아. 아인슈타인은 수학공부를 노는 것보다 더 좋아했어. 네가 잠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숙제는 다 했니?”

 혹시 이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기록을 바로 잡는데 아인슈타인은 정말 어릴 때부터 대수와 기하학 또 음악을 노는 것보다 더 좋아했다. 제도화된 학교 교육을 싫어한 것은 사실이나 낙제한 과목은 없었다. 수학이나 물리학 등은 자기 혼자 공부해서 학교 진도를 몇 년 앞질렀고 성적도 발군이었다.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결코 수학 때문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마치지도 않고 -이사를 가느라고- 2년을 뛰어 바로 입학시험을 쳤기 때문이었다. 시험을 볼 수 있는 최소의 연령 (18세) 보다 두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것만도 특별한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 시험에서 화학, 생물, 불어 과목에서 과락이 되었지만 수학과 물리학의 점수가 너무 좋아 학교에서는 고등학교에 가서 일년 더 공부하고 졸업장만 받으면 다음해에 무시험으로 입학시키기로 했다. 물론 다음해 대학에 입학했고 물리학자로서의 대성의 길을 걸었다. 그의 상대성이론은 그의 수학공부가 없었더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결과였다.

 이와 비슷하게 가끔 인용되는 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 빌 게이츠의 대학 중퇴 이야기다. “빌 게이츠도 대학을 중퇴했는데 나도 빌 게이트가 되려나?” 하며 공부를 잘 안해서 대학을 그만두려는 자녀가 있으면 말해주고 싶다. 빌 게이츠는 학교 공부를 잘 해서 SAT를 만점을 받고 하버드에 입학한 수재였다고. 하버드를 그만 둔 것은 공부를 못하거나 안해서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를 하루라도 빨리 창설하는 것이 학위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래를 보는 눈과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를 세울 자신과 정열이 있다면 몰라도 아무나 대학 중퇴를 했다간 ‘중퇴 사실’만 빌 게이츠를 닮을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야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같은 조건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공부를 안하는 사람보다 성공하는 확률이 훨씬 높은 건 사실이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초등학생이건 대학생이건 학생들에게는 역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 것이 부모들의 충고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 모든 학문의 기초인 수학은 어릴 때 그 기반을 쌓아놓지 않으면 대학에서나 대학원에서 쫓아가기 어렵다. 또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보는 습관도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공부하라는 충고를 하면서 너무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저 ‘저러다 보면 책상 앞에 앉는 습관이라도 들겠지’ 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아인슈타인 같으면 노는 것보다 공부를 좋아해서 혼자서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우리 아이같이 혹은 내가 어렸을 때처럼 먼저 놀고 싶어하는 것이 보통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셋째도 공부…”라거나 “공부도 일등, 음악도 일등, 운동도 일등…”하면서 숨통을 조이면 절대 안된다. “아빠 학생 때 성적표를 좀 보여주세요” 라는 요구가 나오기 쉬우니까. “육이오 때 기록이 분실되어서 그렇지 한때는 나도…”라거나 “아 참 이민가방을 하나 잃어버렸지 뭐냐. 그래도 난 일등만 했다…”라고 했다간 “내 친구의 아빠가 아빠 동창이라지? 그 아빠도 일등만 했다던데…”라는 대답이 나오면 큰일이니까 말이다. 그때가서 아무리 부드러운 소리로 “얘야. 행복은(훅은 인생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란다”라고 말을 바꿔봐야 때는 늦을 테니까 말이다.

<미주 중앙일보 2002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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