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3 21:10
해바라기 - 이만구(李滿九)
오직, 태양을 향한 정열의 키다리꽃
동그란 얼굴에 노란 꽃잎 스카프 펄럭인다
늦여름, 바람 부는 들판에 서서
긴 초록 잎새의 해바라기
깊어가는 그리움 안고
어쩌면 청순한 원색의 더벅머리 꽃이여!
발갛게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에
그 무슨 이유인지 오열하는
가을의 애수가 깃발처럼 흔들거린다
중천의 태양은 혼자 욕망 사르고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사슴들의 울음소리
봄부터 가슴속에 심어둔
아직도 영영 떠나간 그 사랑 생각하는가
한 세상 끝까지 목숨 건 사랑이라도
온전히 다 채울 수 없다는 걸
여름 한 철, 소낙비 내릴 적에
먹구름 속 천둥과 번개 소리쳐 말했으리라
그래도 오로지 사랑의 순정 하나로
햇살이 박아 놓은 결실, 꽉 찬 씨알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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