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9 11:01
겨울밤 풍경 - 이만구(李滿九)
창밖에는 철 그른 겨울이 찾아와
하얀 꽃 선사하던 큰 배나무가
세월에 밀리어 이제야 단풍이 들고 있다
환절기 기침을 하며 커튼사이로
자주 깨어 바라보는 밤 풍경
가로등 불빛아래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섣달의 달빛이 고요하다
벽에 걸린 달력의 마지막 한 장
티 없는 성심 어린 그림 속의 성모님
내가 공경하는 그분이 날 바라보시는 듯
아기예수 안고 계시고
나는 기우는 한 해를 정리하고 싶다
내게도 저 붉게 물든 겨울 낙엽처럼
내 안에 잊고 산 그 무엇이
하늘에 흐르는 별이 되어 표류하는 것일까
떠나온 고향집에는 이만 때쯤이면
앙상한 가지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이고
집 대문 앞 푸른 대숲에서
서걱거리는 바람소리 들려오는데...
나는 앞서 간 사람들 마음도 헤아리며
예전에 보았던 버몬트 단풍인가
깊어가는 겨울밤, 만추의 풍경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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