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기로

2014.04.26 14:18

김수영 조회 수:381 추천: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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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기로                                                                           金秀映

    앞길이 만 리 같은 꽃봉오리 같은 자녀들이 물속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이나 온 국민의 마음은 허탈하고 비통함에 넋을 잃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승선자들도 선장과 항해사 등 선원들의 비양심적인 무책임 감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수 백 명의 귀한 목숨을 가라앉는 배 속에다 버려두고 어찌 자기들만 살겠다고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구명조끼를 입고 빨리 갑판 위로 올라오라고 방송만 했어도 이런 엄청난 비극은 모면할 수 있었을 텐데… 

   상식 밖의 비도덕적 비윤리적 행동에 모두가 분개하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울하고 잠을 설치고 있다. 기도는 하고 있지만 왠지 가슴이 먹먹하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도 귀하다’ 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셨는데 어찌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샤워조차하기 무서워하고 있다고 한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살아남기위한 그 절박했던 처절한 싸움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끔찍했으면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것일까. 실종자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때 손가락들이 골절상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살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치며 사투를 벌였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오며 아려온다. 아마도 문을 열려고 했던지 출구를 찾아 탈출하려고 사력을 다해 보았지만 손가락에 피멍이 들고 손가락뼈가 골절된 체 최후의 목숨을 지탱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말았다. 

   나도 어린 시절 익사할 뻔했던 무서운 기억이 남아서 평생 수영을 못 배우고 있다. 물속으로 몸을 넣을 수가 없다. 빠져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일곱 살 때의 일인데도 평생 그 공포가 따라다니고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소름이 끼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칠십 년 전이라 심리 치료라던가 정신건강 의학이 별로 발달이 안 되어 있었다. 나도 심리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저 무심히 넘어가고 말았다.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물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용기를 얻고 수영장에는 가도 물속에서 걷기만 하지 절대로 물속으로 머리를 넣지 않는다. 나는 배 타기를 꺼린다. 친구들이 크루즈 여행 가자 해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만일에 배가 전복되면 속절없이 나는 익사하기 때문이다. 수영을 못하니 그 공포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 칠순 때 자녀들이 크루즈 여행을 보내 주겠다고 했으나 펄쩍 뛰면서 안 가겠다고 했더니 왜 그러냐고 해서 이유를 말했더니 어른이 웬 겁이 그렇게 많냐며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돌아가시면 하늘나라 가실 텐데 걱정도 많으시네!’ 하면서 나를 쳐다보며 위로는커녕 웃기만 했다. 나의 속 사정도 모르고…. 

   나의 수필집 ‘늘 추억의 저편’에 올린 수필 ‘보리밥에 열무김치’에 이 얘기가 언급 되어 있다. 나는 죽음의 순간을 경험 했기 때문에 실종자들이나 생존자들 모두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다 . 정신적 상처는 평생 갈 수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상처의 치료를 위해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존자나 생존자 가족이나 실종자들의 가족들도 주저하지 말고 치료받기를 간곡히 권고 드리며 나 같은 후유증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사월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만물이 소생하는 부활의 달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에겐 가장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생존자나 유가족이나 모든 국민들이 기억 속에서 이 비극이 잊혀지기를 소망하지만 죽을 때 까지 따라다니는 악몽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T. S. Eliot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언급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시구절이 이렇게 가슴을 파고 들 수 있을까. 세계일차대전 후 서구 유롭인들의 황폐한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어린이와 여자와 유약 자들을 구명보트에 다 태우고 끝까지 갑판 위에 서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를 바이올린 연주하면서 배와 생사를 같이 했던 연주자의 의연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모두가 '사월은 가장 아름다운 달’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 따뜻한 봄의 꽃피는 계절로 기억되기를 소원해 본다. 삼가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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