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이 가을바람을 타고...

2012.04.13 16:18

김수영 조회 수:592 추천: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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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이 가을바람을 타고…                                                                 金秀映     


   커피는 거의 모든 사람이 즐기는 기호식품이다. 나 역시 커피를 무척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만큼 마시지 못해 매우 안타까울 때가 많다. 산뜻한 커피 맛도 매우 즐기지만, 특히 커피 향을 무척 좋아한다. 마시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라 유혹을 못 이기고 한 잔이라도 마시는 날에는 밤에 불면으로 고생하기 일쑤다.      

   북가주 데이비스 시에서 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들르는 날엔 짙은 커피 향이 무척이나 나를 유혹한다. 즉석커피만 가끔 집에서 먹다가 이곳에 와서 맛있는 원두 커피를 끓이는 냄새를 맡을 때는 커피향이 코를 찌르며 나의 폐부까지 스며든다. 추수감사절을 딸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유시 데이비스 대학이 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 이른 아침 커피 향이 대학교정에 가을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번진다. 쌀쌀한 날씨로 몸이 움츠러든 교수들과 학생들은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유혹을 못 이기고 이곳으로 몰려온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갖고 와 오래도록 앉아 친구들과 커피 마시며 소일하는 모습이 정겹다.      

   이 지역 주민도 커피 맛에 반해 거의 모두가 십 년이 넘은 단골손님들이다. 스타벅스 커피숍이 같은 몰 안에 있어도 값도 싸고 맛 좋은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 커피 향을 맡으면 입맛을 자극하여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커피 향을 비롯하여 모든 향기는 인간을 즐겁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든다. 기분이 좋아질 때 우리 몸에는 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되고 티 림파구가 강해져 자연히 면역력이 높아지고 몸이 건강해 진다. 그와 반대로 악취를 맡게 되면 기분이 나빠져 불쾌지수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아드레날린이란 나쁜 호르몬이 분비되어 세포를 공격 죽이게 되고 티 림파구를 약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떨어트려 각종 질병에 잘 걸리며 몸이 약해진다.      

   대부분의 향기는 꽃이나 식물의 열매나 잎에서 난다. 나는 라일락 꽃과 재스민 꽃 향기를 무척 좋아한다. 봄에 만개한 라일락 꽃향기가 우리 동네 진동을 하면 짙은 향기에 취한 나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돌려 라일락 꽃을 찾아 나선다. 꽃을 찾아 향기를 들이 마시기를 계속 만끽한 다음 집에 돌아오면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다. 내 몸에서 향이 배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재스민 꽃을 말려서 베갯속을 넣어 만든 베개와 눈 마개 그리고 코 덮개를 사서 밤에 잘 때 사용하고 있다. 향기를 맡으면서 잠이 들면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여간 상쾌하지가 않다. 재스민 꽃차도 향기와 맛이 좋아서 사용하고 있다. 꽃에서 추출한 향료를 이용해 향수를 만들어 또한 우리가 애용하고 있다. 우리가 향수를 몸에 뿌리거나 옷에 뿌려 향기를 맡을 때 기분이 상쾌해지고 더 나아가 황홀해지기도 한다. 이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향을 풍기는 꽃이나 식물은 우리가 사랑하게 되고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기호품인 향수나 향차를 만들어 애용하고 있다.     

   딸이 경영하는 이곳 커피숍은 데이비스 시에서 제일 맛좋은 커피를 판다는 소문으로  아침저녁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맛 좋은 커피를 대접하려는 고객 봉사정신으로 딸과 사위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커피 문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고객이 왕래하는 이유를 나는 고객들로부터 듣고 알게 되었다. 내가 새크라멘토에 도착한 다음 날 커피숍에서 추수감사절 파티를 사위와 딸이 열었다. 저녁 여섯 시에 가게 문을 닫고 가게 안에서 파티를 하게 되었다. 한 오십여 명을 초대했는데 거의 대부분 고객들은 미국인들이었고 소수의 중동인, 인도인, 멕시코인들이 끼어 있었다.      

   나는 파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이곳에 도착해서 어리둥절했다. 딸이 눈치를 알아차리고  “엄마는 참석만 하시고 맛있는 터키와 음식을 잡수시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해서 마음이 좀 놓였다. 내가 음식 준비는 안 해도 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몰랐다. 고객들이 터키를 세 마리나 구워오고, 팟트락으로 각자가 많은 음식을 준비해 왔다. 딸과 사위도 음식과 음료수를 준비하여 풍성하고 푸짐한 파티를 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흐뭇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나는 모든 고객에게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고 말하고 영어로 추수감사 기도를 간절히 드렸다. 고객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아름다운 기도에 감격했다면서 사위와 딸 자랑을 많이 했다. 데이비스 시에서 무슨 큰 행사가 있으면 커피를 무료로 시에 봉사하고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커피를 무료로 봉사를 많이 한단다. 이런 친절한 봉사 활동이 이 지역사회 사람들 사이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 있었고, 그 칭찬이 데이비스 시장 귀에까지 들어가 시장으로부터 지역사회 봉사 감사패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적이 놀랐다. 왜냐하면, 사위나 딸을 통해서 안 사실이 아니고 고객을 통하여 알아낸 미담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앞으로 사위가 데이비스 시에 시장으로 출마하면 자기들이 적극적으로 밀어 줄 것이라며, 시장 출마를 사위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나에겐 금시초문인 이 야기라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게 진담인지 농담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딸에게 물어보았다. 사위가 모든 사람에게 베풀기만 하니까 싫어하는 사람이 없고  본인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고객들 스스로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귀띔해 주었다.      

   딸은 남편이 돈을 부지런히 모아야 하는데 벌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기만 해서 속상하다고 푸념을 했다. 나는 남편이 하는 데로 따라가라고 했다. 천성이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고칠 수 없으니 불평하지 말고 남편을 순종하다 보면 복이 올 것인즉 남편을 잘 받들라고 했다. 나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베푸는 삶을 얘기해 주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 소프트 회사 사장직을 그만두고 ‘빌 과 멜린다 게이츠 자선단체’를 조직했다. 그리고는 전적으로  아프리카와 같은 미개발국들의 병든 어린이나 영양실조 어린이들을 돕는 일 등 자선사업에만 몰두하고 있고,  버핏도 여기에 동참하여 많은 기부금을 이 자선단체에 헌납하고 있다고 예기해 주었다.      

   샘물의 물을 퍼내지 않고 모아두면 썩고, 퍼내면 퍼낼수록 새로운 물이 고이듯이, 돈을 벌면 선한 일에 부요한 자가 되어야 하나님이 축복 주신다고 딸을 위로하며 타일렀다. 남편 에게 바가지 긁지 말고 내조하는 훌륭한 아내가 되라고 기도해 주면서 딸을 꼭 껴안아 주었더니 ‘엄마,  이곳으로 이사 오셔서 저하고 같이 살아요. 엄마가 옆에 계시면 항상 힘이 나요.’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진한 커피 향이 오는 손님마다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딸과 사위의 따뜻한 마음이 꽃피워 그들의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결실의 계절에 염원해 본다.      가을바람을 타고 은은한 커피 향이 대학 캠퍼스에 낙엽과 함께 날리고 있다. <embed allowscriptaccess="never" src="http://www.shinwoo.or.kr/cnmsic-general/Handel-SesngeChampyungHwa.wma" autostart="true" hidden="true" loop="-1" volume="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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