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1.09.29 16:17

김수영 조회 수:658 추천: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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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金秀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운동이 필수 조건이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기력이 약해져서 운동을 게을리하기 쉽다. 일상생활이 바쁘고 특히 컴퓨터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흘히 하게 된다. 나는 지난해 9 월부터 올해  5 월 까지 발 수술을 두 번이나 받는 바람에 운동을 열심히 할 수가 없었다. 자연히 체중이 늘어나서 안 되겠다 생각하고 헬스 클럽에 가서 열심히 운동한다. 처음엔 실내 수영장에서 운동만 하다가 체중이 쉽사리 빠지지 않아서 요즈음은 운동 기기를 사용하며 열심히 매일 2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    

   하루는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앞에 있는 트레닝 룸에서 태권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운동하는 모습이 환히 다 보여 운동을 하면서 유심히 바라보았다. 남녀 모두 합해 15 명 가량 열심히 태권도 수업을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 나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끄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함께 운동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동작이 얼마나 민첩하게 보이는지 적이 놀랐다. 검은 띠를 두르고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어디서 저런 순발력이 나오는지 본인에게 물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자 실례를 무릅쓰고 할머니를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태권도에 관해 물어 보았다. 나이가 몇살이며 몇 년 동안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나이는 79세고 태권도 배우기 시작한 나이는 74세부터였다고 한다. 왜 하필 힘든 태권도를 배우느냐고 물었고 연습하기가 힘들지 않는냐고 물었다. 하루는 디즈니랜드를 관광 갔다가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는데 쫓아가 잡아야 하는데 속수무책으로 방어도 한 번 못해 보고 당하기만 했다고 했다. 자기의 무력함을 통감하고 호신술로 태권도를 배워야 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하고 배우기 시작했단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잘해 골다공증 이 없어 태권도를 배우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이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걷기 운동도 힘 든다고 잘 안 하고 나태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뉘우쳤다. 나도 아직 늦지 않았고 얼마던지 힘던 운동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 하루 걸러 한 시간 하던 운동도 이제는 2시간 넘게 스스럼없이 강행한다. 그 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주먹이 쥐어 쥐고 힘이 불끈 솟는다.       

   며칠 전에 유 튜부를 통해 25세 남자 댄서와 85세 할머니 댄서가 함께 춤추는 것 보고 사뭇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85세 할머니는 몸매가 날씬한 젊은 여인처럼 보였고 춤을 아주 유연하게 잘 추었다. 체조 선수처럼 남자 댄서가 몸을 휘둘러도 뼈가 곡선을 그리며 잘도 구부러지고 피고 하는 동작을 되풀이 했다. 지칠 줄 모르고 젊은 청년과 춤을 잘도 추었다.        

   나는 위에 열거한 두 여인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강인한 육체에 강인한 정신’이란 말을 떠올리며 건강이 있어야 행복하고 건강이 제일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건강이 재산이다’ 란 말이 이처럼 실감 날 수가 없었다. 재산과 권력과 명예를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할 기회가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했다.        

   얼마 전에 남가주 밀알 선교단에서 초청한 사지자 없는 장애인 닉 부이치치(Nick Vujicic)의 간증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사지가 없고 몸통만 있는데도 성한 사람처럼 동작하였고 악기도 다루는 것 보고 인간의 의지와 신념과 노력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그를 보고 난 후 인간승리의 감동이 내 마음에 잔잔히 일고 있었다. 그는 그만큼 피 눈물 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도 자신이 관리하고 돌보야 한다. 건강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금방 망가진다. 

   성경 말씀에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란 말씀이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니까 마지못해 운동했는데 이제는 즐거움으로 운동을 자진해서 하고 싶어진다.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이제 운동은 내 일과 중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이렇게 기쁘고 기분이 상쾌한 것을 체험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2011년)/미주 문학 문학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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