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간고등어

2016.07.28 08:16

김수영 조회 수:187

안동 간고등어.jpg



안동 간고등어


     간 고등어 가운데도 안동 간고등어는 맛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다. 나는 어린 시절 안동에서 자랐기 때문에 안동 간고등어 맛에 길들었다. 요즈음처럼 봄비가 촉촉이 내리면서 온도가 쌀쌀해지면 옛날 안동 간 고등어 생각이 간절해진다.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안동 간고등어를 구워 하얀 이밥과 함께 맛있게 가족들과 먹으면서 두런두런 사랑 얘기로 화기애애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안동은 명물이 많아 요즈음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안동은 풍광이 아름다운 낙동강을 끼고 역사적으로 많은 선비를 배출하게 되어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조선 시대에 도산서원을 세워 후학을 양성한 유학의 대표적 성현인 퇴계 이황 선생과 조선 중기의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을 배출시킨 안동은 그 이름값을 단단히 하고 있다. 

     서애 류성룡의 고향인 하회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다녀간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병산서원은 류성룡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는 서원이다. 전 미국 아버지 부시 대통령 내외가 이곳을 방문하여 방문기념으로 병산서원 앞 정원에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소나무 한 그루를 식수한 곳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안동엔 안동 소주와 안동 모시가 유명하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 모시옷을 즐겨 입어셨다. 어머니의 아릿다운 자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니 안동 소주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안동 간고등어를 어찌 잊겠는가.   

     나는 생선 고등어보다 안동 간고등어를 매우 좋아했다. 짭짤한 간고등어 한 점 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윤기가 조르르 흐르는 이밥 한 숟갈에 언져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아들었다. 간간하게 간이 밴 쫄깃쫄깃한 살을 씹는 맛이 쌀밥과 입안에서 어우러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맛을 내는 것이었다. 다른 반찬이 있어도 간고등어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곤 했다. 

     한국전쟁 후 이렇게 좋아하던 안동 간고등어를 마음껏 먹을 수가 없었다. 수송수단이 여의치가 않아 값이 비싸 서민이 즐겨 먹기가 어려웠다. 할머니 할아버지 제삿날이 다가오면 제사상에 올려놓기 위해 어머니가 시장에 가셔서 안동 간고등어를 한 쌍 혹은 두 쌍을 볏짚으로 묶어 사 들고 오셨다. 그땐 냉장고가 없으니 처마 밑 서까래에 못을 박고 매달아 두셨다. 나는 매달아 둔 간고등어가 먹고 싶어 쳐다볼 때마다 입맛을 쩍쩍 다시며 침을 꿀컥 삼키곤 했다. 

     한국전쟁 직후라 우리나라 경제가 참 어려운 때였다. 그러니 소고기나 생선은 명절 때나 제사 때에만 구경을 하게 되니 철 없는 나로서는 한창 자라는 때라 먹고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 찾듯이…제삿날만 다가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제사를 지낸 후 아버지상에만 간고등어가 올라가자 먹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 밥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버지는 눈치를 알아차리시고 잘 구워진 간고등어 대가리만 잡수시고 몸통을 오빠와 나에게 주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입안에 집어넣고 먹기에 급급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맛있게 먹는 철부지 딸이 귀여워서 흐뭇해하시는 표정이었다. 

     남편을 지극정성 받들던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씀 안 하시다가 아버지가 사랑방으로 가시자 ‘이 철따구니 없는 여석아. 아버지의 반찬을 날름 다 받아먹으면 어떡해. 먹고 싶어도 참고 아버지 드시라고 사양해야지.’ 하시면서 나무랐다. 자식보다 남편을 더 중히 생각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서러워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러잖아도 밥도 이밥은 아버지께 드리고 보리밥은 내 몫이라 평소 서운한 마음이 있은 터여서 울컼 했던 것 같다.           

     철이 들어 결혼한 후 어머니처럼 남편을 잘 섬기려 무척 애썼지만, 어머니 발꿈치도 못 미쳤다. 어머니는 고향이 개성이시라 개성 보쌈김치며 음식 솜씨가 뛰어나 주위 모든 사람의 칭찬이 자자했다. 남편은 장모님의 음식 솜씨에 반해 나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나와 결혼했는데 어림도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곤 했다. 

     고등어는 오메가 3이 풍부하여 두뇌계발과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줘 심혈관 질병을 없애주고 요오드가 풍부히 들어 있어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고 한다. 안동 간고등어는 생선을 잡자마자 현지에서 염장하지 않고 혹은 포구에 도착하자마자 염장을 하지 않고 소비지역까지 운반하여 염장해 고등어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다. 생선은 원래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부패 직전 살코기에는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젖산을 발생시켜 구수한 단맛을 낸다고 한다. 영덕에서 임동면 채 거리까지 하루가 넘게 걸리며 오다 보면 상하기 직전이 되며, 이때 소금 간을 하게 되면 가장 맛있는 간고등어가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안동 간고등어의 맛의 비결은 자연 지리적 조건이 안동 주민에게 안겨준 선물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나는 안동에서 자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저런 추억들이 얼키설키 어우러져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안동 간고등어를 떠올릴 때마다 아버지의 내리사랑 자식 사랑이 그리워지고 어머니의 남편 사랑에 늘 감탄을 한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 했는데 왜 나는 어머니를 꼭 빼닮지 못했을까! 친정어머니처럼 남편을 잘 받들지 못한 아쉬움에 목이 멜 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남편이 몹시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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