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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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아리랑을 부르며 / 수필

2021.07.11 17:34

민유자 조회 수:12

아리랑을 부르며

 

 아리랑은 민초의 숨결이다.

 

 유독 끈끈한 정이 많던 민족, 흰옷을 즐겨 입던 사람들의 못 다한 타는 정, 그 가슴들의 옹알이다. 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의 멋이 담긴 노래가 결코 아니다. 힘이 센 사람들의 순간의 기쁨을 담은 곡이 아니다. 벗고, 굶주리고, 힘없고, 눌린 사람들의 고통의 진액을 눈물로 오랜 시간 견디며 승화시킨 정한 소리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풀릴 길이 없는 한.

 

멍든 가슴에 알알이 맺혀 돌이 되었소. 알알이. 아라리요.

 

 

 

무상한 세월은 꽃잎을 날리고, 향기를 흩었소.

 

 

알알의 돌들은 가슴속에 쌓이고,

 

대를 이어 쌓이며 눌리고 눌려

 

엄청난 압력으로 종래 액이 되었다오.

 

 

세월을 고 꽃잎은 피어나고, 바람은 향기를 날리고...

 

 

알알의 돌들이 녹아내린 액은 세월을 삭여 결 고운 새 돌이 되고, 그칠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은 새 돌을 끊임없이 씻어내었소.

 

조금씩 깎이오. 천천히 다듬어지오.

끊임없이 돌은 깎여서 파이고, 더 깊이 파이오.

 

 

여전히 꽃잎 또한 날리고 향기는 흩어지고...

 

 

드디어 돌은 리고,

 

돌 속에 혔던 혼이 긴 숨을 불어내오.

길을 따라 구멍을 빠져나가면서 앓 - 이 - 랑...

 

소리가 되었소, 이어져 노래가 되었소.

 

아리랑은 물소리, 돌 소리, 물이 깎은 옥피리 소리.

 

 

맑고 투명한 물소리 랑

 

밀도 높은 돌 소리 랑

 

알알이 맺힌 돌들의 노래 랑랑朗朗  

 

물이 깎은 옥피리 소리 랑랑琅琅

 

 

거친 곳 없이 결이 고운 노래. 티 없이 맑은 노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14)

 

 꽃잎처럼 부드러운 음률은 수울 술 잘도 넘어간다. 누구든 이 음률을 올라타면 아픔도 눈물도 고통도 달래고, 씻기고, 덜어주고, 결국엔 슬그머니 사그라드는 따스한 노래다. 이만큼 깊게 가슴을 울리면서 이처럼 맑게 정제된 정서를 담고 있는 노래가 또 있을까? 누구나 이 노래를 읊조리면 상처 받은 영혼은 치유받고 새살이 돋는다.

 

 2012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아리랑은 이제 한국을 넘어섰다. 세계인들도 아리랑을 들으면 누구나 금세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움과 따스함에 젖어들게 된다. 아리랑은 아무나 한번만 듣고도 인간의 원초적인 깊숙한 내면과 조우하는 힘으로 곧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는 곡이다.

 

 한국에서는 초창기에 찬송가에 아리랑의 곡을 넣어 불렀지만 아직도 미국 곳곳에서 찬송가에 이 곡을 넣어 부르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넘어 아리랑은 이제 세계인의 애창곡이 되었다.

 

아리랑으로 반도 삼천리는 지난날이 유구하고 고비마다 수울 술 넘어가는 아리랑 고개로 앞날 또한 창창하리라.

 

 

 14) 浪 – 물결 랑, 눈물 흘릴 랑.  –돌 부딪는 소리. 琅琅 -옥 소리, 새소리, 아름다 운 소리. 朗朗 –소리가 매우 맑고 또랑또랑하다.

 

 https://youtu.be/S1js-NBk9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