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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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맛/ 메타수필

2024.05.03 16:04

yujaster 조회 수:28

/ 민유자 

 

  맛있는 맛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행복에 젖게 한다.  어떤 맛은 까마득한 오렌 세월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고 돌판의 글씨처럼 기억에 깊이 새겨진다. 

 

매일 밥상을 차려내야 하는 주부로 평생 솥뚜껑을 붙들고 살아온 나지만 어려운 것이 내는 일이다. 맛을 내려면 우선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한결같이 높은 완성도가 성취되지는 않는다.

요즘은 사시사철 싱싱한 재료가 풍성하고 지구 반대편의 특산물까지 어렵지 않게 구할 있다. 부엌 설비는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주방기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입맛을 새롭게 하려고 외식을 자주 하게되니 맛의 추구는 끝을 모른다. 

 

  맛있는 맛을 최고의 경지로 이끌어내려면  여러가지 요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혀가 감지할 있는 맛은 짜고, 달고, 맵고, 시고, 쓰고, 고소하고와 감칠맛이 있다. 싱싱한 재료와 양념으로 맛을 적절히 배합해 놓았어도 온도와 식감, 향취와 색감도 몫을 한다.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고 눈과 코로 맛과 멋을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기분 좋은 분위기와 과거의 기억까지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 첫술을 뜰때의 음식의 온도를 적당히 맞추고, 수저를 놓을 때의 충일한 만족감을 느끼도록 정성을 다하면 두고 두고 맛을 기억하게 만드는 성공적인 요건이 된다. 그러고 보면 요리 차려내는 것이 가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고 있을 정도니 내가 허덕이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글에도 맛이 있다. 맛있는 음식은 입을 먹고 나면 땡겨서 먹고싶듯 글도 읽다가 맛있는 부분들은 거슬러 올라가 다시 읽게 된다. 공감이 가는 부분에서 무릎을 색다른 표현을 만나면 진한 감칠맛을 느끼고, 진솔한 감정이 표출된 부분을 만나면 음식에서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같은 신선함을 느낀다. 재미있는 상상력이 동원된 글을 보면 적절한 향신료로 향취를 살려낸 상큼한 요리 같고, 유익한 지식을 얻을 때는 입안 가득 침이 도는 고소한 맛을 음미할 있다.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성찰하고 돌이킬 때는 보약을 먹은 듯하다. 

글맛을 높은 경지로 이끌어내는 데도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 식재가 싱싱해야 하듯이 뚜렷한 주제와 그에 걸맞는 제재가 신선할수록 좋다. 대부분의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작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매끄러운 문장력은 기본 양념을 조화롭게 구사하는 일이다. 어느 특정한 맛이 너무 강하거나 약하면 기본부터 미흡한 느낌이 든다. 불필요한 양념이 들어가면 눈살이 찌프려지듯 자랑이나 자만심, 지식의 오류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음식의 조리과정이 단계마다 적절한 순서와 시간이 있듯이 글에는 구성이 짜여져야 글맛이 산다. 주제와 별로 관계없는 부분이 길게 나열되거나 내용의 선후가 뒤바뀌면 독자를 목표한 곳으로 이끄는데 방해가 되어 글의 탄력이 줄어든다.

작자의 상상력이나 진솔한 감정 고백은 산행에서 들꽃이나 멋진 바위, 폭포를 만나는 것과 같이 독자에게 경이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만일 철학적인 문제의식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하여 생각할 여지를 주거나 해법을 암시해준다면 바람직한 글이 된다. 독자가 감동하고 깨달음을 얻어서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양약이 되니 예술혼이 살아있어 글의 가치는 훨씬 높아진다. 

 

  평생 맛을 추구해왔지만 감로수를 받아 지극정성으로 한끼를 대접해서 누군가의 기억 저편에 아롱진 흔적을 남기는 일이 있었던가?  

고심하며 단신(短身) 깊지 않은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넣고 씨름을 하지만 투철한 의식으로 치열하게 빚어낸 한자락으로 누군가에게 감동의 눈물 방울 흐르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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