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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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시간이 바람이 되어/ 수필

2024.05.03 16:23

yujaster 조회 수:31

 

시간이 바람이 되어 / 민유자

 

  유한한 인생! 끄트머리에는 황혼이 있다.

아는 분이 페북에 간단한 시구와 함께 멋진 노을의 사진을 실었다. 황홀경의 아름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리곤 가슴이 메인다.

 

     황혼이란 말이 

     헛말이 아니더라

 

     노랑이 분홍으로

     그리고는 붉은

 

     끝내는 보라색으로

     까만 밤을 맞더라.    / 김지영  (크리스마스 이브에 금문교 아래에서)

 

  황홀한 노을빛은 지나온 나의 생애를 말하는 듯하다. 하늘을 물들인 노랑은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 온맘 가득 차오르는 감사를, 수줍은 곁들인 분홍은 지난 날의 아름다웠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강렬한 붉은 빛은 젊은 날의 멋모르고 어설펐던 그러나 치열했던 열정을, 푸른빛에서 점점 물들어가는 보라는 어리석었던 회한과 뒤늦게 조금씩 철드는 깨달음을 대변하는 같다.  

 

  성탄을 지나고 신년을 맞기 , 만나고 싶고 반드시 감사의 뜻을 전하고싶은 사람들과 함께 뉴포트의 발보아섬에 갔다. 점심을 함께 하고 떠나서, 서쪽 바다의 일몰을 보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일정이다. 

정말 감사해요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를 쪽지에 여러장 프린트해 두었다. 가는 동안 안에서 유투부를 통해  서너번 노래를 함께 익혔다.

발보아 섬의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심드렁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이제는 아무것도 필요가 없을 아니라 흥미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생선가게 앞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더니! 결국 눈을 끄는 물건이 있어 하나 사고선 스스로 객적어 피식 웃었다.

바다를 끼고 늘어선 집들은 경쟁하듯 특이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며놓았다. 붐비는 관광객들은 이를 보며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부촌이라 그렇지만 마당을 넘어 지붕과 개인용 피어와 선착장에까지 넘쳐나는 장식을 했다. 사람키를 훌쩍 넘는 거구의 눈사람이 있는데 스티로폴이려니 했더니나는 진짜이니 만져보세요라는 팻말이 있다. 만져보니 정말 차가운 얼음이다. 따가운 햇살을 받아 땀을 뻘뻘 흘리며 녹아내려야 눈사람이 보송보송 녹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눈사람 속에 냉동 시설을 놓았나보다. 

오늘의 목적인 일몰 감상을 위해 바다가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았다. 대체로 흐린 날씨였지만 다행히도 서쪽 하늘이 빼꼼히 열려있다. 해가 지려면 한시간여의 여유가 있다.

여기서 준비했던 감사 이벤트를 가졌다. 감사할 분에게 차에서 연습한 노래를 불러드리고 작은 정성을 표할 예정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서너번 부른 것으로는 역부족! 결국 노래는 부르지 못하고 합창으로 가사를 읽어야만 했다.

해는 천천히 서쪽 하늘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빛의 연출이 시작되었다.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바다 속에는 하나의 밝은 해가 떠서 조우하더니 물결 위로 금빛 카펫을 주르르폈다. 구름 사이로 잠시 숨었다가 나오면서 한층 붉어진 해는 바다속으로 빨려들 낙조를 더욱 가속화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해가 바다로 빠져들자 어둠은 삽시간에 소리없이 내려 덮였다. 드디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어졌다. 

한기가 들어 몸을 부르르 떨고 일어섰다. 일행중 누군가 말했다. “따끈한 순두부 먹으러 갑시다!” 따끈한 순두부를 생각하니 금새 생기가 돈다. 

 

  세모가 되면 전에도 후회와 아쉬움이 범벅이 되곤 했지만 특히 요즘은 누가 시간을 뭉텅 훔쳐간 같은 허탈감에 스스로 깜짝 놀라곤 한다. 페북에서 전에 실었던 포스트를 불러와서 새로운 친구들과 공유하겠는지를 묻는다.  그것이 삼년 즈음인가 가늠했더니 어언 칠년 전의 일이다.

유년시절에는 시간을 목마 타듯 즐겁게, 자전거 타듯 신나게 타고 놀았던 같다. 성년이 되고는 한짐 잔뜩 쟁인 지게를 , 무거운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듯, 몰두하여 밀고 당기면서 시간과 씨름하며 보낸 같다. 노년을 맞고 보니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이 되어 나를 뒤에 두고 저만치 앞서 달아나고 있다. 

거슬러 십년 전의 나를 생각해본다. 상당히 싱싱하고 활동적인 내가 거기에 있다. 십년의 간극이 어디로 갔는지? 엊그제 같다. 하물며 십년 후에 오늘 일을 생각해본다면   간극이 좁아져 있겠지? 마치 지는 해의 낙조같이! 

길지 않을 남은 날을 심기일전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 모으고 앉아서 바라보는 노을, 바다 속으로 빠져드는 해처럼? ? !” 하다가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두렵다. 해는 바다 속으로 빠진 것이 아니다. 해는 다른 세상을 여전히 밝게 비추고 있다. 

 

  아직 갖고 싶은 물건이 있고 순두부의 식욕이 살아있는 오늘 얼마나 소중한가? 오늘처럼 정다운 사람과 나누는 웃음은 얼마나 귀한 행복인가! 바람이 되어 날아가는 시간의 꼬리를 붙잡지 못해 한탄하지 말자!. 김남조의설일이라는 시에서삶은 황송한 축연이니 누리라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날마다 새롭게 주어지는 하루 하루의오늘 소중하고 감사하다. 고요히 차오르는 감사의 가슴 벅찬 노래를 들으며지금' 소중히 여기고 누려야겠다. 

 

  마음 설렐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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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바람이 되어

 

제재 -김지영 작가의 사진 작품 황혼

         발보아 섬의 노을 감상과 감사 이벤트

 

주제 - 황혼의 눈부신 그러나 길지 않은 아름다움.

          시간을 빠르다 한탄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며 오늘, 지금을 알차게 누리자.

 

구성 

문단 1 - 김지영작가의 작품 황혼과 느낌

문단 2 - 발보아 섬의 노을 관광과 감사 이벤트

문단 3 - 세모를 맞아 느끼는 시간의 빠른 속도와  감흥.

문단 4 - 끝맺음, 시간의 흐름에 대한 자각, 감사함, 깨달음과 다짐 

 

 

 

황혼

 

천수를 다하고

생의 끄트머리 

아름다운 이별의 잔치

 

붉음으로 시작하여

해를 딴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보라로 마치는 축연

 

한숨 자고나면 

세상에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