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a Butterfly

2016.12.14 02:21

성민희 조회 수:11


 

Madama Butterfly

 

  오페라 공연 실황 중계를 보러 갔다. 뉴욕의 The Metropolitan Opera관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를 실황으로 중계 해주는 것이다. 극장 화면에서 오페라를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 가 보았다. 선명한 화질과 해상도. 생생한 사운드가 실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놀라왔다.

 

올해로 10년째가 되는 이 실황 중계는 세계적으로 같은 시각에 한다. 뉴욕에서 오후 1시에 실제 공연을 시작하니 엘에이는 오전 10시가 되고 한국도 새벽 2시에 상영되는 곳이 한군데 있다고 한다. 오페라 애호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같은 시각에 비록 방법은 다르지만 함께 그 공연을 보는 것이다.

 

실제로 브로드웨이에 가면 무대 위 배우들의 공연만 볼 뿐이지만 이것는 마치 스테이지 위에서 보는 것 같이 카메라로 클로즈업하므로 얼굴의 세세한 표정이나 귀 밑에 흐르는 땀까지 볼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한 막이 끝나면 앵커가 무대를 내려오는 가수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한다.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설명도 해준다. 무대 뒤를 다니면서 무대 설치 모습도 보여주고 공연을 준비하거나 연습하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다.

 

오늘은 풋치니의 나비부인 공연이다. 주인공 나비부인 초초상 역은 소프라노 Kristine Opolais.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그녀는 소련에서 독립한 조그만 나라 라트비아 출신으로 역시 라트비아 출신의 현재 보스턴 교향악단 지휘자인 Andris Nelsons의 부인이다.

 

 그녀는 목소리 고왔지만 연기는 정말 섬세했다. ‘종달새가 집을 지으면 장미를 가지고 다시 찾아오겠다던 남편이 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해 버렸는데.,그것도 모르고 간절하게 부르는 그녀의 아리아 어느 개인 날을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대는 나를 부르겠지. 버터 플라이. 그러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숨을 거야.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 내 사랑이여. 그대는 반드시 돌아오리.’

 

 2막을 마치고 내려오는 그녀를 세우고 앵커가 인터뷰를 했다. 그녀는 노래 부르는 것 못지않게 연기가 필요한데, 아리아를 부를 때는 너무 슬퍼서 노래하기가 힘들었다며 아직도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이런 좋은 공연을 만나게 해 준 풋치니와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앞으로 더 신선한 연기를 기대해 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해군 사관학교 출신 장교 핑커톤 역은 프랑스 출신 테너 가수 Roberto Alagna였다. 그는 타계한 파바로티의 뒤를 이을 가수 중 한사람으로 꼽힐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기에 기대를 했는데, 오페라를 보면서 과연 알라그나구나 싶었다. 그 역시 깊고 넓은 성량과 부드러운 미성으로 관중을 사로 잡았지만 연기는 더욱 일품이었다. ‘당신의 마음은 트랩에 갇힌 나비처럼 퍼덕이는 군요.’ 아리아를 부르는 그의 괴로운 표정은 어느 배우의 연기보다 더 절절했다.

 

 그러나 가장 잘 배역에 어울리고 연기를 잘하는 가수는 하녀 스즈키 역의 뉴욕 출신 메조 소프라노 Maris Zifchak였다. 묵직한 덩치에 밑으로 축 처진 눈. 둔하고 정스러운 연기는 그녀가 가수인지 배우인지 혼동할 정도였다. 초초상의 하소연도 묵묵히 들어주고 핑크톤과 그의 아내 마음도 모두 이해한다며 짓는 표정은 정말 실감이 났다.

 

 오페라에 또 재미있는 배우가 있었다. puppet(인형)이었다. 예전에 퍼펫쇼를 처음 보았을 때는 대사를 하는 입놀림이나 손놀림이 사람처럼 생생해서 많이 웃었지만 이 오페라에서 보는 퍼펫은 참 재미있었다. 초초상의 아들 역할을 사람이 아닌 퍼펫으로 대용했는데 한 퍼펫을 세 사람이 조종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옷과 천으로 몸을 가린 세 사람이 각각 머리, , 다리를 맡아서 움직이는데 마치 진짜 아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이가 자박자박 걸어가는 발등에는 남자의 커다란 손이 함께 걸어가고 아이의 움직이는 손바닥 뒤에도 남자의 검은 손이 함께 움직였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남자들을 앵커가 또 붙잡았다. 그들은 퍼펫 전문 회사의 직원들이었다. 10년 이상 퍼펫 공연을 해 온 베테랑들인 자기들을 mover로 불러달라고 했다. 진지하고 슬픈 이야기에 이런 인형의 연기를 넣은 것은 깊은 슬픔의 무거운 분위기를 위로해 주려는 연출가의 유머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비부인>은 몇 년 전 딸과 함께 로스엔젤레스 공연도 한번 보았고, DVD로도 감상한 적이 있지만 오늘처럼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다. 음악도 의상도 무대 장치도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완벽히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었다. 음악에 취하고 연기에 몰입되어 일어나기가 싫었다.

 나는 극장을 나서며 벌써 다음 공연 스케쥴을 물었다. <사람이 고향이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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