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묻다 〉 · 행복은 어디에 4 ~ 8 回

2013.10.23 14:20

arcadia 조회 수:524 추천:39




인문학에 묻다,행복은 어디에 4 ~ 8 回 外 『장자』의 ‘제물론(齊物論)’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편지에 자녀 교육법이 담겨 있다.
네가 관심이 있으면 스스로 연구를 해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될 때까지 한번 해보라는 거였다.
오늘 날에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⑧ 역사의 울림 -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공자도, 사마천도 울었다 … 세상의 '平' 을 위하여




  • 얼굴에 때가 끼면 씻어야 한다. 그래서 거울이 필요하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삶에, 사회 시스템에,
    국가의 방향에 때가 끼면 거울을 봐야 한다.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에서 만난 이덕일(52) 소장은 “그 거울이 바로 역사다”고 말했다.

    그에게 역사 속에서 피고 졌던 숱한 인물의 삶과 울음, 그리고 행복을 물었다.




    -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하나.

    “사람들은 역사학을 흘러간 것, 과거에 대한 학문으로 알고 있다.
    그건 오해다.
    역사학은 앞으로 다가올 것, 미래에 관한 학문이다. 역사학은 미래학이다.”



    - 뜻밖이다. 왜 미래학인가.

    “과거는 선택할 수가 없다. 이미 지나갔으니까. 미래는 선택할 수가 있다.

    아직 안 왔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선택의 상황에 설 때마다 주저하고 갈등한다.

    이걸 선택하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저걸 선택하면 또 어떨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역사를 들여다보면 결과가 보인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가 있다.”



    - 역사를 보면 왜 결과가 보이나.

    “역사 속에는 기승전결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그리고 선택,

    그에 따른 결과까지 다 있다. 그러니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국가에게도
    얼마나 좋은 참고서인가.”



    - 역사는 현실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인가.

    “그렇다. 그래서 역사서에다 ‘거울 감(鑑)’자를 쓰는 거다.

    『동국통감』(東國通鑑 · 단군 조선부터 고려까지 다룬 조선 전기의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 · 중국 북송의 역사서)를 만들 때도
    다 ‘거울 감’자를 썼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거다. 그게 역사서다.”



    이 소장은 기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물음을 던졌다.

    “왜 우리가 이렇게 마주 보며 앉아 있나?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를 선택한 거다.
    그래서 미래가 현실이 된 거다.”
    미래에 대한 선택은 현실이 되고, 다시 과거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과거가 된 역사는 다시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과거-미래-현재-과거는 이렇게 서로 맞물리며 돌아간다.



    - 역사 속에는 숱한 거울이 있다.
    그런데도 현실 속 정치인이나 대통령들은 과오를 범한다. 그건 왜 그런가.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잡으면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역사 속에서 엎어진 사례는 많다.
    엎어진 길 위에 또 엎어지고, 그 위에
    엎어지는 거다. 그걸 전철(前轍)이라고 부른다.
    그게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다.
    앞서 간 수레가 엎어지는 걸 빤히 보면서도 사람들은 그 길로 간다.”



    그럼 역사 속에서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 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이 소장은 먼저 조선시대 정조를 꼽았다.



    “정조가 평가받기 시작한 건 20년이 채 안 된다. 예전에는 ‘영 · 정조 시대’라고
    하면서 영조의 부속 인물처럼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정조의 독자성이 부각되고,
    영조는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인재를 널리 등용하려던 영조의 탕평책은 형식적이었다. 정조는 정말 조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했던 인물이다.”



    - 정조가 왜 대단한가.

    “그는 슬픈 인물이다. 아버지(사도세자)를 죽인 노론 세력과 정치를 해야 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국회 의석 300석 중 250석 이상이 노론이었다. 기득권 세력이자 아버지를 죽인 정당이었다.
    그래도 정조는 정치를 파행으로 몰아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를 했다. 초인적인 노력이었다. 정조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왕이라고 시간이 남아도는 건 아니었다. 새벽에 일어나 대비에게 문안하고, 아침에 경연(經筵)하는 조강(朝講), 그 사이에 정사를 보고,
    낮에 하는 주강(晝講), 저녁에는 석강(夕講), 그리고 밤에 야강을 했다. 공부도 하고 정책토론도 하는 자리였다.

    지방관이 올라오면 만나고, 상소도 봐야 했다. 그리고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비로소 책 읽는 시간이 생겼다.
    그럼에도 정조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했다.



    “임금의 하루를 기록하는 승지는 궐문이 열리기 전, 새벽에 출근했다.

    정조가 새벽 출근하는 승지에게 이런 말을 한 기록이 있다.

    ‘너희가 힘들다고 하는데, 나만큼이나 힘들겠느냐.’”



    - 정조가 그린 조선은 어떤 나라였나.

    “정조도 유학자였다. 유학적 이상사회의 기본은 경제적 평등이다.

    이게 없으면 사기라는 걸 다 알지 않나. 그렇다고 공산주의처럼 다 같이 생산하고, 다 같이 나누자는 식은 아니다.
    최소한 한 가정이 정상적인 생활을 자발적으로
    유지할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정조가 수원 화성을 만들 때 범람하던 개천을 막아서 큰 저수지를 만들고, 그 아래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수원 백성에게 나누어 줬다.
    백성의 중산층화를 지향했던 거다. 중산층이 된 백성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어야 사회가 안정된다고 봤다.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다.”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조선이 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소장은
    “그럼 정약용이나 이가환 같은 시대의 천재들이 판서나 정승급으로 성장했을 거다.
    정조의 아들(순조)이 수렴청정을 안 받았을 거고, 임금의 군대인 장용영도 해체되지 않았을 거다.
    그럼 조선의 국방이 더 강해졌을 거다. 정약용 같은 인물이 계속

    정조의 개혁 정책을 추진해 나갔더라면 조선은 달라졌을 거다” 며 아쉬워했다.



    역사에는 시대적 흐름이 있다. 그 흐름과 호흡을 주고 받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낙오되지 않는다.
    “동양 최초의 역사서가 공자의 『춘추』다.
    공자가 그걸 쓴 이유가 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어서다.
    공자가 『춘추』를 쓰자 천하의 난신적자(亂臣賊子 · 나라를 해치는 신하와 부모를 해치는 아들)들이 비로소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소장은 동양적 사고에서
    인문 정신의 최고봉은 ‘불평지명(不平之鳴)’이라고 했다.



    - 불평지명(不平之鳴), 무슨 뜻인가.

    “세상이 평(平)의 세상이 돼야 하는데 아닌 거다. 그래서 울음을 우는 거다.
    그게 불평지명이다.
    개인을 위해서 우는 작은 울음이 아니고,
    천하를 위해서 우는 큰 울음이다. 그게 역사학이고 인문학이다.”



    - 그럼 불평지명은 ‘불평(不平)’을 위한 게 아니라 ‘평(平)’을 위한 건가.

    “그렇다. 『춘추』를 쓴 공자도, 『사기』를 쓴 사마천도 불평지명을 했다.
    결국 세상의 평(平)을 위해서다.”



    - 개인의 삶도 하나의 역사다. 거기에도 불평지명이 있나.

    “물론이다. 나라의 역사만 역사가 아니다. 개인에게도 역사가 있고, 집안에도
    역사가 있다.
    나라의 역사가 어긋날 수 있듯이, 개인의 역사도 어긋날 수 있다.”



    - 어긋나면 어떡해야 하나.

    “공자는 성인(聖人)이란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학은 인간의 학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런데 실수가 되풀이되면 습관이 된다.
    그럼 개인의 역사도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그때는 울어야 한다. 뼈저린 자기 반성을 통해 스스로 울어야 한다.

    개인의 삶, 개인의 역사에도 불평지명이 있다. 통렬한 자기반성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 속에는 자신을 향해서도, 사회를 향해서도 그렇게 울었던 사람들이 있다.

    이 소장은 그들을 ‘역사를 연구하다가 눈이 마주친 인물’ 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성호 이익(1681~1763), 이익의 종손 이가환(1742~1801), 다산 정약용(1762~1836), 다산의 형 정약전(1758~1816),
    하곡 정제두(1649~1736), 연암 박지원(1737~1805) 등을 꼽았다. 당대의 천재들이라고 했다.



    “밥 먹고 사는 건 정말 중요하다. 맹자도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 이라고
    했다. 먹을 게 있어야 마음이 유지된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돈이나 권력을 삶의 1차 목표로 삼는 건 다르다. 그게 과연 행복일까.”



    - 역사가로서 당신의 행복은 뭔가.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추구하는 거다. 좌파다, 우파다가 아니다.
    우리 사회공동체 전체를 위해 올바른 길이다.
    그리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비판적 견지를 유지하며 불평지명을 하는 거다.”



    - 역사 속의 인물들은 무엇이 행복이라고 했나.

    “그들의 삶이 말하고 있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할 때 인간은 행복하다고 말이다.”



    ◆ 이덕일 = 1961년 충남 아산 출생. 학창 시절 함석헌 선생의 글을 읽고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숭실대에서 역사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책과 강연, 그리고 연구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역사를 지향해왔다.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다. 객관적 사료에 근거해 역사의 미스터리를 풀어왔다.

    저서 『왕과 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조선 왕을 말하다』
    『근대를 말하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 등.



  • 이덕일 소장의 추천서








  • 이덕일 소장은 “역사에서 얻는 위로는 본질적”이라고 말했다.
    “역사 속에는 길을 찾던 인물들이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그들과 눈이 마주친다.
    그들의 삶은 내게 위로를 준다. 그런데 약간은 슬픈 위로다. 그들의 개인적 삶이 너무 고달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역사는 결국 말해주더라. 그들의 가치가 옳았음을 말이다.”



    ◆ 조선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김종성 지음, 역사의 아침) =
    인문학은 시대의 주류에게 주목하면서, 동시에 그 사회의
    가장 하층민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한다.
    이게 없다면 관념의 유희로 전락하고 만다.
    이 책은 인간이되 물건으로 취급받았던 조선의 노비들에게 인생과 세상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하게 한다.



    ◆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정창권 옮김, 사계절) =
    미암(眉巖) 유희춘(1513~77)이 쓴 『미암일기』를 풀었다.
    그는 사화(士禍)에 연루돼 20여 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이때의 공부가 자산이 돼 해배(解配) 후 크게 성장했다.
    사대부 부부의 일상 속 속살에서 이들이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 하곡 정제두(김교빈 지음, 예문서원) =
    주자학 유일사상 사회였던 조선 후기에 스스로 양명학의 길을 걸어간 하곡(霞谷) 정제두(1649~1736).
    그의 삶과 사상을 11명의 학자가 다양한 각도로 조명했다. 일반 독자가 읽기에 조금 어려운 논문들이다.
    주류의 길을 버리고 스스로 이단의 길을 걸어갔던 한 학자의 일생과 만나게 된다.



    - 중앙일보 | 백성호 기자 / 권혁재 기자 | 2013.10.08

















    정재서 교수는 동양신화의 가치를 되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자연과 연결될 때 우리는 외롭지 않다.
    치유도 된다. 요즘 부는 캠핑 열풍의 바닥에도 그게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⑦ 동양신화의 재발견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 손오공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희로애락 고리 끊으러





  • 흔히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 로마 신화를 떠올린다.
    현대사회에서 서양신화가 주도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양에도 신화가 있다. 서양신화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도 있다. 나와 자연,
    그리고 우주가 어깨동무를 하는 풍경이다.
    27일 정재서(61·이화여대 중문과) 교수를 만났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동양신화 전문가다. 그에게 신화와 인간을 물었다.








    동아시아 신화에서 인류의 조상으로 불리는 복희(오른쪽)와 여와 남매. 허리 위는 인간, 아래는 뱀이다. 대홍수 뒤에 둘만 살아남자 부부가 됐다.


    - 왜 신화가 생겨났나.

    “인류가 벌거벗고 살았을 때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폭풍이 몰아치고, 홍수가 나고, 화산이 폭발했다.
    고대 인류는 자연의 폭력을 두려워했다. 그런 공포에 대한 해결책이 스토리, 곧 신화였다.”



    - 신화가 그걸 어떻게 해결했나.

    “해 속에 누가 있고, 달 속에 누가 산다는 식으로 인간과 자연을 동일시했다. 그게 무섭기 짝이 없는 자연과 화해하고, 갈등을 조절하게 했다.”



    - 신화는 그들의 현실에서 왔나.

    “물론이다. 신화는 생생한 현실에서 왔다. 공상에서 온 게 아니다. 원시인들이 여유가 어디 있었겠나.
    오늘 당장 나가서 먹거리를 못 구하면 굶어 죽을 판인데. 절박했다. 우리에겐 동화로 들리지만, 그들에겐 현실을 해석하는 과학이었다.”



    옛 고구려 벽화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 ·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가 그려져 있다.
    소머리를 한 인간. ‘농사의 신’으로 불리는 염제(炎帝) 신농(神農)이다.
    그리스 크레타 섬에도 소머리 인간이 나온다. 왕비가 황소와 교접해 낳은 미노타우로스다.
    정 교수는 “이 둘의 차이가 동양신화와 서양신화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 왜 그런가.

    “서양신화는 ‘반인반수’를 괴물로 봤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로스는 사람도 잡아먹었다.
    출생도 불순하다. 나중에는 아테네의 영웅이 미노타우로스를 격퇴했다. 이뿐만 아니다.
    메두사 · 켄타우로스(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 · 스핑크스 등 서양의 반인반수는 다 그렇다.”



    - 왜 괴물로 봤나.

    “그리스는 인간 중심의 사회였다. 인간이 표준이었다. 그들은 신을 그릴 때도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렸다.
    그리스 신은 건장하고 잘 생긴 남성,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동물은 열등한 존재였다. 그런 사람과 동물이 섞이니 반인반수는 나쁜 존재였다.”



    - 그럼 동양신화는 어땠나.

    “동양 신화의 신들은 반인반수가 많다. 하지만 달랐다. 동양에선 그게 괴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동물=자연’이라고 봤다. 그래서 반인반수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 혹은 합일을 의미했다.”



    - 구체적인 예를 들면.

    “동아시아 신화에서 인류의 조상은 복희(伏犧)와 여와(女<5AA7>)다. 고구려 벽화에도 있다.
    대홍수 뒤에 그 둘만 살아남았다. 그들은 하반신이 뱀이다. 그래도 동양에선 그들을 괴물로 보지 않았다.
    뱀은 생식력이 뛰어나고, 번식을 잘했다. 게다가 껍질을 벗고 영원히 산다고 믿었다. 인간보다 낫다고 믿었다. 오히려 신성시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 그림을 보며 ‘괴물’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우리가 서양신화에 익숙해져 상상력의 표준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양신화는 인간을 중심에 두었다. 동양신화에서 중요시한 건 달랐다. 자연과 화해하고,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것이었다.
    모든 생명이 촘촘한 관계망 속에서 연결돼 있다고 봤다. 여기에 어떻게 소외가 있고, 단절이 있겠나.
    그런 생명의 연대성, 생태적 감수성이 동양신화에 담겨 있다.”



    - 우리는 왜 소외와 단절을 느끼나.

    “요즘 유행하는 노래 가사를 들어봤다. 거기에는 자연이 없더라. 달도 없고, 새도 없고, 바람도 없더라.
    ‘내가 너를 좋아한다. 그러니 다 줄게.’ 뭐, 그런 투다. 인간과 자연을 매개하는 장치가 없다.
    나와 자연이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외로움이나 상처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그래서 더 외롭고, 더 아프다.”



    - 자연이 끼어들면 달라지나.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를 보자. ‘펄펄 나는 저 꾀꼬리/암수 서로 정답구나/외로워라 이 내 몸은/뉘와 함께 돌아갈꼬.’
    나의 외로움을 자연에 한 번 담갔다가 꺼내보라. 그럼 담백해진다. 자연이 들어올 때 인간의 감정이 여과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의 춘화(春畵)도 그렇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 옆에는 항상 나무가 있거나, 바위가 그려져 있다.”



    - 그건 왜 그런가.

    “자연을 함께 보면서 음탕한 생각이 조절되는 거다. ‘즐겁되 음란하지 않고, 슬프되 상처를 받지 않는다.’
    그게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이다. 자연에는 그런 조절의 기능, 치유의 기능이 있다.
    자연 혹은 우주와 동일한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동양에선 그걸 인간의 생존 조건이라 봤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신화에도 그런 생태적 감수성이 담겨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여신은 ‘비너스’나 ‘헤라’다. 대부분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이다.
    100년 전만 해도 달랐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서왕모(西王母)’를 좋아했다.
    서왕모는 서쪽 곤륜산에 사는 불사(不死)의 여신이다. 여인의 모습인데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를 한 반인반수다.


    “허난설헌은 서왕모의 광적인 팬이었다. 시도 쓰고, 자신과 동일시할 정도였다.
    궁중에선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서왕모 춤’이 있었다. 사람들은 집안의 병풍에도 서왕모를 그렸다.”



    서왕모에 얽힌 신화가 있다. 주나라를 다시 일으키려는 주목왕이 곤륜산으로 서왕모를 찾아간다.
    불길이 치솟는 염화산을 지나, 새의 깃털마저 가라앉는 약수라는 강을 건너서 서왕모를 만나는 이야기다.
    “서왕모 신화는 나중에 ‘서유기’로 연결된다.”



    - 서왕모 신화와 서유기의 끈은 뭔가.

    “3000년 만에 꽃이 피고, 다시 3000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 게 선도 복숭아다.
    하나만 먹어도 1만8000살을 산다. 손오공이 따먹고 난리를 쳤던 그 복숭아 밭, 반도원의 주인이 서왕모다.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후에 ‘서왕모 신화’가 ‘서유기’로 옷을 갈아입었다. 구도가 똑같다.
    신화적 원형은 시대를 거치며 계속 옷을 갈아입는다.”



    - 두 이야기의 메시지는 뭔가.

    “서왕모는 서쪽 곤륜산에 산다. 손오공도 서쪽으로 불경을 구하러 간다. 곤륜산에는 불사의 복숭아가 있다.
    손오공이 도착한 영산에는 불경이 있다. 그게 불사약이다. 영원성을 상징한다.
    결국 구원을 찾는 거다. 서왕모 신화의 불길이 치솟는 염화산은 서유기에도 등장한다.”



    - 그럼 손오공은 뭘 의미하나.

    “원숭이는 흔들리기 쉬운 자아를 뜻한다. ‘의마심원(意馬心猿)’이란 말이 있다.
    ‘생각은 말처럼 날뛰고, 마음은 원숭이처럼 까분다.’ 손오공은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손오공이 요괴와 싸우는 건 내 안의 욕망을, 희로애락을 하나씩 깨부수는 거다. 그걸 통해 서쪽으로 가는 거다.”



    - 그 길이 치유의 과정인가.

    “그렇다. 겉으로는 지상의 행로지만, 실은 마음의 행로다. 신화에서 영웅은 항상 길을 떠난다. 여행이 곧 치유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안긴 가오싱젠(高行健)의 『영산(靈山)』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실의에 빠진 지식인이 신비의 산을 찾아간다.
    문화대혁명 이후 구심점이 빠져있던 중국이 새로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81장으로 돼 있다. 『서유기』에는 81난이 나오고, 노자의 『도덕경』도 81장이다.
    신화는 이런 식으로 변주가 되는 거다. 영화 ‘반지의 제왕’도 그렇다.”



    - ‘반지의 제왕’이 신화와 관련 있나.

    “그렇다. 게르만 신화가 바탕이 됐다. 그 신화에도 절대반지와 여행이 등장한다. ‘해리포터’도 마찬가지다.
    영국 켈트족 신화에서 나온 거다. 서양의 온갖 마녀 신화가 현대적인 옷으로 갈아입은 거다.”



    - 동양신화 속에 흐르는 인간의 행복은 어떤 건가.

    “나와 자연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음을 아는 거다. 그걸 통해 자연의 리듬과 같이 사는 거다.
    그래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자연과 우주와 연결된 생명임을 아는 거다.
    거기에는 상처와 고통에 대한 자연 치유력이 흐르고 있다.”



    ◆ 정재서 교수 = 서울대에서 중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했다. 중문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옌칭 연구소와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현재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로 있다. 신화학과 도교학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상상력을 풀고 있다.
    저서로 동양 신화를 분석·정리한 『이야기 동양신화』 『중국 신화의 세계』 등이 있다.



  • 정재서 교수의 추천서








  • 정재서 교수는 “설화 ‘선녀와 나무꾼’을 보면 선녀가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 인간과 자연을 잇는 거다.
    또 ‘견우와 직녀’ 신화는 천제의 딸 직녀와 소몰이꾼 견우의 사랑담이다.
    서양의 ‘신데렐라’처럼 결혼이 상하 계층간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고대 동양사회에서도 그게 중요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 신화의 힘(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이끌리오) =
    미국의 저명한 신화학자 조셉 캠벨과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의 대담집이다.
    신화의 본질·의미·기능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신화가 지니는 치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누워서 노니는 산수(이종묵 편역, 태학사) =
    조선시대의 산 수유기 중 걸작을 뽑아 번역과 해설을 한 책이다.
    옛사람이 자연을 찾아 노닐던 생각·감흥 등을 읽다 보면 각박한 현실을 사는 우리의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 채근담(홍자성 지음, 조지훈 옮김, 현암사) =
    마음을 다스리는 중국 명나라 때의 고전이다. 유교·불교·도교의 교훈과 격언을 담고 있다.
    자연의 도리·수양·처세 등에 대한 내용을 쉬운 예화를 들어 설명한다. ‘동양의 탈무드’로 불리는 지혜의 책이다.



    - 중앙일보 | 백성호 기자 / 권혁재 기자 | 2013.10.01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에서 홍승수 원장이 목성 모형 앞에 섰다.
    홍 원장은 “과학을 한다는 건
    겉으로 보이는 사실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⑥ 천문학의 지혜 - 홍승수 서울대 명예교수



    우주의 이치를 궁리하는 게 천문학이다. 인간의 천품을 공부하는 건 인문학이다.

    12일 전남 고흥군 나로도에서 만난 홍승수(69·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원장은
    “하늘의 패턴을 보다 보면 인간의 패턴이 보인다”고 말했다. 138억 년(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이란 우주의 무늬를 들여다보면

    채 100년을 살기 어려운 인간의 무늬가 보이는 걸까.
    그에게 우주와 인간, 그리고 행복을 물었다.




    홍 원장은 우선 ‘인간의 패턴’을 풀었다.

    어렸을 때였다. 그는 아버지와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캄캄한 밤, 보름달이 자꾸만 따라왔다.
    “그게 굉장히 무서웠다. 뛰어도 보고,
    멈추어도 봤다. 그래도 돌아보면 달이 계속 따라왔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달이 왜 자꾸 쫓아와요?” 아버지는 “넌 아직 어려서 설명을 해줘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게 씨앗이 됐을까. 그는 고3 때 서울대 천문기상학과를 지원했다.

    담임선생은 “어떻게 밥 먹고 살려고 하느냐”며 입학원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 집에선 공대나 의대를 가라고 했다. 고집을 부렸다. 결국 입학했다.



    1967년 대학을 졸업했다. 군대를 갔다 오니 막막했다. “천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 국내 천문학 여건은 엉망이었다. 미국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께선 돌아가셨고, 집안은 망했다. 빚만 잔뜩 있었다. 비행기표 살 돈도
    없었다. “처참했다. 아무리,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불가능했다.”



    그는 무작정 서울시청 앞 반도호텔로 갔다. 거기에 외국항공사들 사무실이 있었다.
    “내가 미친 거다. 너무 답답해서 그 앞을 오갔다. 너무 막막해서 그냥 서 있었다.”
    그때 누가 어깨를 툭 쳤다. 문리대 동창이었다. “왜 여기 있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친구는 “문제없다”며 그의 손을 잡고 노스웨스트 항공사 사무실로 갔다.



    결국 그는 외상으로 표를 구했다. “가난한 유학생을 위해 외상으로 표를 주는 제도가 있었다. 믿기질 않더라. 1971년이었다.
    그런 게 있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친구는 해외 입양일을 하던 펄벅재단에 있었다. 덕분에 그걸 알고 있더라.”

    그는 두툼한 수표책을 받아서 미국에서 돈이 생길 때마다 10불씩, 20불씩 갚았다.



    그는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과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우주천문학연구소에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78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교수가 됐다.



    “마흔다섯이 되던 정월 초하루였다. 갑자기 ‘야~, 앞으로 내가 살 시간이

    살아온 것보다 짧겠구나’ 싶었다. 고민이 되더라. 앞으로 어떻게 살 건가.
    그래서
    나의 시간축을 살펴봤다. 지나온 삶을 차분하게 복기(復棋)해 봤다.”



    - 복기를 했더니 어땠나.

    “당시에는 몰랐다. 삶의 고비마다 어떤 터닝 포인트가 있더라. 거기서
    삶이 이쪽으로 꺾어지고, 저쪽으로 꺾어지고 했더라.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도저히 기대도 안 했고, 상상도 안 했던 인물이 나타나 결정적인 기여를 해줬더라.
    그때는 그게 중요한 줄도 몰랐다. 고마운 줄도 몰랐다. 이 사건이 왜 나한테 터졌나 그
    고민만 했다.
    그런데 복기를 해보니 알겠더라. 거기에는 어떤 흐름이 있더라. 삶을 관통하는 도도한 흐름이 있더라.
    그런데 이 우주에도 그런 도도한 흐름이 있다.”



    ‘인간의 패턴’을 말한 홍 원장은 이제 ‘우주의 패턴’을 꺼냈다.

    “빅뱅으로 우주가 처음 생겨났다. 그때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다.
    다른 원소는 없었다.
    원소 알갱이들이 무작위로 부딪혔다. 수없이 많은 작은
    고체와 기체구름 덩어리가 생겼다.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렀다. 덩어리끼리
    뭉치고 뭉치면서 비로소 별(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 행성이 생겼다.”



    홍 원장에겐 천문학자로서 본질적인 의문이 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그는 천주교 신자다. 고3 때 영세를 했다.

    “공부를 하다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천문학적 지식이 있다.
    지금은 정리가 됐지만, 당시에는 정리가 되지 않았다.”



    - 그게 뭔가.


    “내 몸을 구성하는 물질, 그걸 원자적 수준으로 내려가서 분석해 봤다. 그랬더니

    수소와 헬륨만 빼고 모두 다른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더라. 저 나무도, 저 바위도 마찬가지다.
    별은 수명이 다하면 폭발한다. 수없이 많은 별이 폭발하며 퍼뜨린
    원소 알갱이들이 뭉쳐서 지구를 만든 거다.
    거기서 생명이 나오고, 나도 나온 거다. 이런 생각이 나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 그게 왜 심각한 건가.

    “내 몸의 구성 성분과 저쪽 별의 구성 성분이 똑같은 거다. 그건 충격이었다.

    우주와 합일, 자연과 합일을 얘기하지 않나. 원자적 수준에서 봤더니 물질 성분도 똑같다는 거다. 같은 오리진(근원)이라는 거다.”



    우주가 시작될 때는 탄소가 없었다. 별이 폭발과 탄생을 거듭하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무거운 원소를 만들었다.
    그래서 탄소도, 질소도, 산소도, 철도 생겨났다.
    지구 생명의 핵심은 ‘탄소 화학’이다.
    “나는 어디서 왔나. 지구에서 왔다. 지구는
    어디서 왔나.
    아까 얘기한 고체 알갱이에서 왔다. 그럼 그 알갱이는 어디서 왔나.
    죄다 별에 있어야 할 놈들이다.
    그러니 나는 철저하게 수없이 많은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존재더라. 거기에 무려 138억 년이 걸렸다.”



    - 우리는 자신의 나이를 말하며 “올해 스물둘이야, 쉰다섯이야, 일흔셋이야”
    라고 말한다.
    그런 ‘나’가 138억 년의 준비를 거쳐 나온 존재라는 건가.

    “그렇다. 그걸 아니까 이건 어마어마한 신비더라. 그러니까 아~, 인생은
    살만한 것 아니냐 이거다. 그렇지 않나.
    인생은 정말 치열하게 살 가치가 있는 거다. 요즘은 이걸 부르는 말이 있더라. ‘빅 히스토리’.
    이걸 알면 138억 년이란
    ‘빅 히스토리’의 연장선에서 내 삶을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렇게 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그 눈으로 자신의 삶을 보자. 우리를 화나게 하고, 슬프게 하는 일들을 보자.

    상처와 고통을 보자. 그럼 가벼워진다. 별거 아니다. 나는 1만 년의 문명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치유될 것 같진 않다.
    그런데 138억 년이란 우주의 시간은
    우리를 치유하기에 부족하지 않으리라 본다.”



    정리된 많은 가닥의 실이 바닥에 놓여 있다. 그걸 만지다 보면 서로 엉키게 마련
    이다. 또 엉키는 가운데 매듭이 지워진다.
    홍 원장은 “그렇게 매듭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게 바로 자연의 창발성, 혹은 창조성이다”고 말했다.



    - 그건 의도적인 건가.

    “무작위의 시도다. 생명의 진화사는 끊임없는 시도다. 하나의 종이 태어나고,
    종이 끝나고, 또 새로운 종이 태어난다.
    정해진 건 없다. 그냥 해보는 거다.
    그러다 뭔가가 나온다. 끝없는 혼돈과 충돌이지만 138억 년의 눈으로 보면 다르다.
    아메바에서 인간까지 이어지는 거다. 거기에는 어떤 ‘도도한 흐름’이 있다.”



    - 우리 삶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지금은 혼돈과 충돌, 그리고 불가능만 보인다.
    나중에 돌아보면 거기에 도도한 흐름이 있는 거다.”



    - 무엇이 도도한 흐름을 가능하게 하나.

    “인생으로 끌어오면 그게 희망이다. 기차가 6시45분에 도착하기로 돼 있다.

    그걸 기다리는 건 희망이 아니다. 그건 오기로 돼 있는 거다. 가만히 있어도 온다. 기다릴 게 뭐 있나.
    당장 이 시점에서 아무런 보장이 없는 것. 보장은커녕,
    아예 안 올 거라고 보장돼 있는 것. 그걸 기다리는 것이 희망이다.”



    - 희망은 희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런 희망이 도도한 흐름이 되려면...

    “간절한 의지가 중요하다. 그게 방향을 결정한다. 의지는 우주를 관통하고,
    우리 삶을 관통하는 도도한 흐름의 방향타다.
    간절한 의지가 있다면 내가 죽은
    후에라도 이루어진다. 단 조건이 있다. 도도한 흐름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고약한 게 아니어야 한다. 간절한 대상이 뭔가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홍 원장은 “나는 그걸 뒤늦게 깨달았다. 참 아쉽다. 그래도 그걸 아니까
    정말 열심히 살고 싶어지더라.
    삶은 정말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평생 우주를 공부한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무엇이 행복인가.”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다” 고 답했다.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명료했다.



  • 홍승수 원장의 추천서








  • 천문학자 홍승수 원장은 우주에서 철학을, 그리고 영성을 읽어낸다. 그런 만큼 관심의 폭이 넓다.
    칼 세이건의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2004년 번역하기도 했다. 당시 출판사는
    그의 번역 승낙을 얻기 위해 5년간 기다렸다고 한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신은 냉랭하다. 거기에 열광은 없다.
    삶의 고통이 올 때, 나는 이 고통을 잘 견딜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이다.
    우주의 도도한 흐름, 그 선상에서 이게 당신의 뜻이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 혼돈의 가장자리(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 국형태 옮김,
    사이언스북스) = 생명의 기원, 무질서에서 질서가 창발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친구가 있었다.
    신부가 되려다 결국 철학자가 됐다.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주며 “이제 신학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친구의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저자가 그 다음 책을 냈다.
    제목은 『다시 만들어진 신』이었다.



    ◆ 다시 만들어진 신(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 의학과 생물학, 화학과 물리학 등을 공부한 복잡성 과학자 카우프만이 제시하는 새로운 신학이다.

    과학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통해 자연적 신성(神性)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성이 우주의 내재적 속성이며,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 노자 · 노자익 강해(김흥호 지음, 사색출판사) =
    서울에 있을 때는 이화여대 연경반에서 고(故) 김흥호 목사의 강의를 종종 들었다.
    이런 분이 있다는 걸 예순이 넘어서 뒤늦게 알았다. 우리나라 기독교에는 참 답답한 면이 있다.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홍승수 = 1944년생. 서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
    1978~2009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한국천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청소년을 위한
    『지구 바깥세상 우주에는』을 번역했다.



    - 중앙일보 | 고흥=백성호 기자 / 권혁재 기자 | 2013.09.25



















    배철현 교수는 대중과 소통하는 종교학자다. “서양 전통에서 대화 자체에 답이 있는 건 아니다.
    대화를 통해 내가 변화할 준비를 하는 거다. 내가 변화하기 위해서 상대를 만나는 거다”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⑤ '지혜의 보고' 신화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이타적 유전자가 인간의 조건

  • 『일리아드』 『꾸란』 『공통된 가르침』 남의 아픔 느낄 때 신성 드러나

  •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 상대방 입장에서 나를 보는 연습




  • 신화는 문화의 뿌리다.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그리스 · 로마신화를 알면
    서양 문명과 종교가 보인다.
    가령 그리스신화에는 프로메테우스가 강물에 흙을
    반죽해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흙으로 아담을 빚은 성경 속 이야기와 통한다.



    9월 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배철현(51 · 종교학) 교수를 만났다. 그의 전공은
    서양신화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샘족어(히브리어 · 아람어 · 페니키아어 · 고대 페르시아어 등)를 공부했다.
    신화와 고대 언어, 그 뿌리를 훑으며 그는 인간을 들여다봤다. 아픔과 행복에 대한 오래된 메시지가 그 안에 있었다.



    배 교수는 한때 목사였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3년간 시골에서 목회도 했다.
    교회 신자 중에 98세의 할머니가 있었다.
    에버린 젠넬. 그는 70년간 그 교회에
    출석했다. 늘 교회 맨 뒷자리에 앉았다. 빈 자리만 보여도 누가 왜 안 왔는지 꿰고 있었다.
    그는 젠넬과 함께 심방(목회자가 교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다녔다.
    매주 목요일 양로원을 찾았다.



    하루는 전화가 왔다. 젠넬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달려갔더니 젠넬은 “가족은 다 나가고 배 목사만 남으라”고 했다.

    “내 심장은 100년간 뛰었다. 이제 멈출 때가 됐다. 나는 이대로 죽고 싶다.

    그런데 가족이 심장조영술을 하자고 한다. 나는 정말 싫다.
    나가서 내 자식들을 설득해달라.”



    배 목사는 난감했다. 98세라 심장에 관을 넣는 수술을 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못하겠다” 고 말하곤 병원을 나왔다. 뜬 눈으로 밤을 샜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심방을 다니면서 쭉 지켜봤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양로원 할머니들을 위해 존재하더라.
    그들을 위한 삶, 그게 당신의 행복이더라.
    수술을 받으면 좋겠다.”



    그말을 듣고 젠넬은 기꺼이 수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102세까지 4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떠났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눈을 뜬 배 교수는 “이게 바로 ‘이타(利他)적 유전자’” 라고
    말했다.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했던 ‘이기적 유전자’ 를 그는 정면에서 반박했다.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은 분명한 과학적 성과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 다윈은 삶이 전쟁터라고 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그게 왜 문제인가.

    “말이 새끼를 낳으면 30분 만에 걷는다. 인간은 1년이 걸린다. 왜 그런지 아나.

    1년 먼저 태어나기 때문이다. 70만 년 전에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뇌가 엄청나게 커졌다.
    600㏄에서 1300㏄가 됐다. 인간의 뇌가 커져서
    어머니의 자궁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 미리 나오는 거다.”



    - 그만큼 미숙한 건가.

    “원숭이를 보라. 갓 태어난 새끼도 어미 원숭이의 털을 붙들고 혼자서 젖을 먹는다. 그런데 인간은 미숙한데다 털도 없다.
    어머니가 자나깨나 안아서 젖을 먹여야 한다. 모든 인간의 생존은, 날 위해서 목숨을 바친 다른 어떤 인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다.
    그게 우리 몸 속에 흐르는 이타적 유전자다.
    이게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이 되게 한다.”



    배 교수는 고대 언어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전문가다.
    그는 아랍어로 짧은 문구를 낭송했다. “비스밀라~히르 라흐마니 라힘” 이슬람 경전 『꾸란』의 114장이었다.



    - 무슨 뜻인가.

    “‘자비가 넘치고 항상 자비로운 알라 (하느님)의 이름으로’ 란 뜻이다.
    꾸란 114장이 모두 이 말로 시작한다.
    여기서 ‘자비’가 ‘어머니의 자궁’이란 뜻이다. 어머니가 뭔가. 두 살짜리 아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자기도 아픈 거다.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아는 거다. ‘꾸란’에서 말하는 신의 특징이 뭔지 아나. 인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아는 신만이 유일하다는 거다.
    그걸 유일신이라고
    불렀다. 그게 모세가 발견한 신이고, 무함마드(모하메트)가 발견한 신이다.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다. 이 신만 섬겨라’ 가 아니다.”



    - 남의 아픔을 아는 게 왜 중요한가.

    “우리는 자아라는 박스에 갇혀서 살아간다. 남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때
    그 박스가 깨진다.
    왜 그럴까. 자아의 확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확장을 통해 우리가 행복해진다.
    그래서 고전 속의 성인과 현자들은 하나같이
    ‘박스에서 나오라(Think out of the box)’ 고 말한다.”



    배 교수는 그리스 신화를 하나 꺼냈다. “내게 서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을 꼽으라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다.
    450년간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다. 모두 6음절로 된 노래, 일종의 서양 판소리다. 그 중에서도 ‘일리아드 24장’이
    압권 중의 압권이다.”



    일리아드 24장은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담이다.

    “아킬레스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죽였다. 시신을 마차에 매단 채 달리며
    찢어버렸다.
    사건은 밤에 일어났다. 아들을 잃은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목숨을
    내걸고 아킬레스의 숙소로 들어왔다.
    깜짝 놀란 아킬레스에게 그는 말한다.
    ‘내겐 50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49명이 죽었다. 마지막 남은 아들이 헥토르였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네가 죽여버렸다. 오~나는 불행하다.

    고향 땅에 있는 너의 아버지도 네가 살아있다는 소식 때문에 기뻐할 거다.

    내게는 이제 그런 아들이 없다. 시신이라도 돌려다오.’
    그 말을 들은 아킬레스의 반응이 포인트다.”



    - 아킬레스가 어떻게 했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기 아버지가 생각난 거다. 만약 자기가 죽었다면
    자신의 아버지도 똑같이 했을 거라는 거다.
    그 장면이 『일리아드』에는
    ‘(아킬레스와 프리아모스가) 상대를 보며 서로 신처럼 여겼다’고 기록돼 있다.”



    - 그게 왜 신처럼 여기는 건가.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됐으니까. 그때 우리 안에 숨겨진 신성(神性)이
    드러나는 거다. 이게 행복의 열쇠다.
    결국 아킬레스는 시신을 돌려줬다.
    당시에는 장례식 때 시신이 없으면 영혼이 구천을 떠돈다고 믿었다.
    이건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통틀어 최고의 장면이다. 이게 바로 ‘컴패션(Compassion · 연민)’이다.”


    - 이 신화가 무엇을 말하는 건가.

    “전쟁의 승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승자가 진정 누구인가를 묻는 거다.”



    - 그럼 누가 인생의 승자인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승자가 아니다.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진짜 승자라는 거다.”



    - 자신의 아픔만 해도 벅차다. 어떻게 남의 아픔까지 감당하나.

    “그게 우리의 착각이다. 남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때 고통이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
    아니다. 오히려 나의 아픔이 치유된다. 상대방의 아픔을 직시할수록
    나의 아픔을 직시하는 힘이 더 강해진다.”



    - 그 힘이 강해지면.

    “그럼 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 자신이 사는 섬만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다르다’ 고 부르지 않고 ‘틀렸다’ 고 본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기독교인인가.
    우리 부모님이 기독교인이라서다.
    만약 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면 난 이슬람 신자가 됐을 거다.”



    배 교수는 ‘다름’ 을 강조했다. “서양 전통에선 ‘다름’ 을 신(神)이라고 했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의 이웃은 사실 적(敵)을 의미했다.
    나와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신’ 을 사랑하는 거라 했다.”



    - 어떨 때 그게 가능한가.

    “자아의 박스가 깨질 때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출세하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틀렸다. 공부는 그런 게 아니다.”



    - 그럼 어떤 게 공부인가.

    “공부는 다른 입장에서 나를 보는 연습이다. 식물의 입장에서 나를 보는 것,
    그게 식물학이다.
    코끼리의 입장에서 나를 보는 것, 그게 동물학이다. 내가 왜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나.
    그를 통해 나를 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나를 볼 때
    자아의 박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행복이 있다.”



  • 배철현 교수의 추천서








  • “1000년간 베스트셀러를 고전이라 부른다.
    고전 1만권 중에서 10권 정도가 경전이다.
    그걸 갖고
    종교를 만들었다. 그럼 경전이 왜 위대한가. 문자 사이의
    행간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배철현 교수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강의에도 적극적이다. 그가 추천한 책들도 제도화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았다. 평소 그의 관심을 보여준다.



    ◆ 자비를 말하다(카렌 암스트롱 지음, 권혁 옮김, 돋을새김) = 현존 최고의 종교 · 문명 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은 인류 최고의 가치를 자비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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