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6 07:59

호흡하는 것들은

조회 수 29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부엌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심심한 뒷마당에
조그만 분수대 하나 들여 놓았다

새 떼들 모여들어
물 마시고 목욕하는 아침나절
찻잔을 손에 들고 창 밖을 내다본다
제 세상 만난 듯 발길질에 몸 털기에
재재재재 소리도 청아하다
사선을 그으며 나르는 물방울
지나가던 바람의 정체도 드러나고
벽을 타고 올라와 창 안을 기웃대던 자잘한 꽃도
물소리 향해 일제히 고개 돌리며 팔랑
퍼지는 향기에
허밍버드 한 마리 꽃 우로 맴을 돌고
합류할 기회를 노리는 듯 다람쥐 몇 마리
알레그로의 음계를 타고 담장 위를 오르락내리락
호흡하는 것들 졸졸졸 무대로 딸려 나온다

다 보고 있었구나 다 듣고 있었구나
조그만 변화에 반응하는 생명
옆집 담 위로 불쑥 솟은 팜 트리
지휘하는 손인 듯 초록 깃발 흔들어대고.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9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오연희 2015.07.07 120
328 수필 "결혼 생활, 그거 쉽지 않지" 오연희 2015.07.06 291
327 수필 애리조나, 영국, LA에 살아보니 오연희 2015.07.06 300
326 수필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시간 오연희 2015.07.06 293
325 수필 '드롭 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 오연희 2015.07.06 174
324 수필 오케스트라의 단원 선발기준은? 오연희 2015.07.06 93
323 수필 미국에서 꿈꾸는 '지란지교' 오연희 2015.07.06 223
322 수필 아주 오래된 인연의 끈 오연희 2015.07.06 290
321 수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오연희 2015.07.06 146
320 수필 [이 아침에] 못 생겼다고 괄시받는 여자 1/24/2015 오연희 2015.01.25 56
319 수필 [이 아침에] 중국에서 온 '짝퉁' 가방 1/7/2015 오연희 2015.01.09 50
318 수필 [이 아침에]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나이 12/19/2014 오연희 2014.12.30 236
317 가을 길을 걷다가 오연희 2014.11.26 268
316 풍선 오연희 2014.11.26 197
»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2014.11.26 294
314 수필 [이 아침에] 공공 수영장의 '무법자' 11/26/2014 오연희 2014.11.26 248
313 수필 [이 아침에] 성탄 트리가 생각나는 계절 11/13/2014 오연희 2014.11.26 389
312 수필 찾지 못한 답 오연희 2014.10.24 238
311 수필 [이 아침에] "엄마, 두부고명 어떻게 만들어요?" 10/22/14 오연희 2014.10.24 554
310 수필 [이 아침에]초식남과 육식녀의 사회 10/6/14 오연희 2014.10.07 3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