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여름의 뒤꼍

2016.08.06 04:03

채영선 조회 수:175

여름의 뒤꼍

 

 

나이 때문일까

선들바람이 새벽을 건드려도

그리운 것은

바닥에 뒹굴어 세어보지도 않는

가시마저 잃어버린 오이

 

얼음 동동 냉수 한 그릇에

송송 썬 파 고춧가루 살짝 뿌려

훌쩍거리며 지나가던 여름

아침 잠 깨물어 달려간 주말 장터엔

밀방망이만큼 팅팅 부은 피클오이

 

지나치면 안되는데

지나치면 잘되는데

흔들다가 넘치다가 덜어내다가

하늘 아버지도 이렇게 하실까

고만고만한 우리네 보며 갸웃거리실까

 

옥수수 콩밭 투성이 땅에는

자갈돌은 족보도 없고

파릇파릇 봄내음 풍기는

옥돌 화병 아래 껴안고 있는 오이

오지랖 넓은 형광등 눈 감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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