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0 08:22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조회 수 604 추천 수 3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 월란





어딘가에 발 닿으려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하강하는 비행기는 나를 슬프게 한다
고향의 냄새에 지쳐 돌아오는 내게 웰컴 홈이라고 말하는
공항 직원의 푸른 눈빛은 나를 슬프게 한다
엄마가 아닌 3인칭으로 나를 지칭하는 아이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나의 목소리가 내가 거북해 했던
그 페루 남자의 액센트를 닮아있다는 사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운전하는 시간이 짧지 않건만 두 달이 넘도록
같은 음악만을 들어왔다는 사실도
하나님, 저 벌 주세요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는 사실도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가시 돋친 말만 헛씹고 있는 나도
기쁨은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은 것처럼 불편하기만 한데
차라리 슬픔 속에서 더욱 편안해 진다는 사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사람이 그리워진다는 건
또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인가
해질녘이면 이유도 없이, 얼굴 파묻고 넘어가는 저 해처럼
나도 어딘가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지는 것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2007-08-1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7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405
»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604
255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613
254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403
253 파도 2 이월란 2008.05.10 397
252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395
251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399
250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415
24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445
248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378
247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419
246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382
245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431
244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411
243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405
242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518
241 별 2 이월란 2008.05.10 384
240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498
239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704
238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486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