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0 11:24

외출

조회 수 406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출


                                                              이 월란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 시간 맞춰 외출 준비를 끝내고
길차림 알뜰히 목적지로 갔다
가면서 보니 내가 없다 그래도 그냥 갔다
나 없이 살아온 세월이 한 두 자락이었던가
돌아오면서 보니
길섶의 꽃잎 위에도 한 줌, 파르라니
서산의 새털구름 위에도 한 줌, 사뿐히
운두 낮은 노을 위에도 한 줌, 발가니
남의 집 벤치 위에도 한 줌, 오도카니
내가 앉아 있어
사는 것이 늘
나를 두고 집을 나섰다가
그렇게 생뚱맞은 *길얼음에 한 줌씩 앉아 있는 나를 다독여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날들이 아니었던가
가출했다 잡혀온 나에게 *길보시같은 밥 한 그릇 퍼 주는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세월이라는 굵고 튼튼한 동아줄 하나
지붕 없는 가슴에 번리처럼 엮어 놓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1-27




* 길얼음 : 분기점, 길이 몇 갈래로 갈라진 지점
* 길보시 : 길가는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7 사랑 5 이월란 2008.05.10 424
356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514
355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436
354 제2시집 詩똥 이월란 2008.05.10 807
353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399
352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396
351 제2시집 홍시 이월란 2008.05.10 776
350 제2시집 사랑 4 이월란 2008.05.10 588
» 외출 이월란 2008.05.10 406
348 눈(雪) 이월란 2008.05.10 419
347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699
346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866
345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442
344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427
343 제2시집 등라(藤蘿) 이월란 2008.05.10 687
342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470
341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483
340 백일장 심사평 이월란 2008.05.10 419
339 제2시집 밤의 초음파 이월란 2008.05.10 568
338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496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