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7 13:00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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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


                                                                        이월란



주말 레스토랑 화장실, 손을 씻고 있는데 금발의 모녀가 들어왔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먼저 나와 손을 씻고 있는데 딸아이가 엄마를 부른다
왜, 하고 대답하니 I Love You, Mommy 한다
세면대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쳐 웃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저런 고백을 하나요, 한 스무 번쯤 해요
엉덩이를 까고 앉아서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천날 만날 얼굴 맞대고 사는 엄마에게
Thank You 나 Sorry를 남발하며 사는 그네들이지만
저 I Love You의 남발도 남발이라고 해야 하나
낯선 화장실에서 예닐곱 살 짜리의 사랑고백은
눈밭 위에 핀 신비한 이국의 꽃처럼
처음 맡아보는 향기로운 배설물이었다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 보라, 사랑이 만들어진다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 보라, 사랑이 걸어 온다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 보라, 사랑이 머문다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멀기만 했던, 아득하기만 했던, 거대하기만 했던,
자꾸만 사라지려고 했던 그 사랑이
바로 곁에서, 선명히, 사소하게도 동거 중인 것을


                                                                   200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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