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 아픔, 감동의 눈물

2014.09.10 04:40

최미자 조회 수:382 추천:53

Pope Francis. 400여 명의 방문단과 함께 전쟁으로 분단된 지구 동쪽의 작은 나라에 희망과 치유의 빛을 뿌려주려고 25년 만에 찾아온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영상으로 뵌다. 오시던 날 비행기 안에서 가자지구에서 취재하던 이탈리안 기자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슬픔을 기도하자는 분. 비행기 트랙을 내려와 일일이 환영객의 손을 잡다가 눈물을 흘리는 세월호 희생자 부모를 만나며 얼얼한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아픔을 함께하는 분.
비행기에서 먼저 내려온 23개국의 기자들은 플래시를 터트리며 대한민국에 대한 기사를 각자의 나라에 보내느라 분주하다. 가장 작은 한국차(기아 쏘울)를 타고 싶다는 소박함과 힘들던 어린 시절의 평민 정신을 변함없이 지니고 사는 위대한 종교 지도자의 얼굴을 본다. 여러 달 동안 나의 고국이 너무나 힘들고 아파서인지 반가움과 고마움으로 내 두 볼에도 왈칵 눈물 흘러내린다.
11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77세의 교황은 밝은 미소로 여대통령이 맞이하는 청와대 만찬에서 지도자들을 향해 진정한 평화는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곡을 찌른다. 광화문 시복식에 교황을 보려고 몰려온 사람들의 물결도 감동적이다.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교황의 훈훈한 가슴 때문인지 방문기간 내내 나도 천주교 신자가 된다.
1791년 신해년 박해를 시작하여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이 이루어지기까지 각계각층의 신분으로 희생된 천주교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지금 한국 예술인들이 성스럽게 만든 아름다운 제단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아있을 뜻깊은 역사를 바티칸에서 온 성인이 만들고 있다. 약 150년 전에 죽임을 당했던 순교자의 영령들이 이제야 억울함 풀고 무덤 속에서 깨어나, 사랑과 존경으로 세계인의 품속에서 감동의 눈물 흘리며 이제는 따뜻한 평화로움으로 대한민국의 푸른 하늘을 날고 있을까.

그는 한국의 지도자들을 향해서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라고. 우리의 삶은 혼자 갈 수 없고 함께 가는 길이라고 외친다. 그런 언어들은 오랜 세월 깊이 썩은 한국 관료층의 부패된 사회구조와 현대의 이기적인 물질주의였기에 부끄러움으로 나를 돌아보게 한다.
대전의 해미에서는 아시안 청소년들을 만나며 "I have poor English. Yes, Yes?" 말하면서 범죄와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며 자애로운 할아버지처럼 조언한다. 젊은 이들은 미래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교황님과 우리는 뜻밖에 사고를 당한 세월호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가 쓴 편지를 주머니에 담으며 앙상한 그를 포옹해 주는 장면을 보며 나는 또 흐느낀다. 제주도 강정마을과 용산참사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과 꽃동네의 장애인들의 몸을 어루만지는 자애로움에 감동하면서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다가와 분노의 물결이 일어난다.
명동 성당미사에서는 한반도를 전쟁으로 갈라놓은 휴전선의 철조망으로 만든 면류관을 보면서 사랑의 아버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죄지은 형제들을 용서하세요. 7번만이 아니라 77번 용서하세요. 한 가정의 구성원처럼 우리가 모두 형제 자매고 한민족이니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라고 한다. 또 아직 돌아오지 않은 10명의 세월호 실종자 이름을 일일이 쓴 편지와 묵주를 함께 넣어 유족들에게 전하며 연민을 보낸다.
교황의 방문을 시샘하는지 북한은 5발의 방사포를 쏘며 남한을 위협하고 국회는 세월 호법 통과문제로 시끄럽다. 비록 경제가 잠시 뒤로 되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잘못된 것들은 이 기회에 똑바로 기강을 세워야 한다. 권위와 명예를 좇는 사람보다는 청빈함을 자랑하는 국민으로. 쉽게 얻은 부유함을 뽐내는 사람보다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껍데기 정치인들이 되지 말고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하고 양심이 살아있는, 무엇보다 도덕이 있는 나라로 다시 세워야하리라. 성공의 열매에 도취하지 말라는 교황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노라니 한국인으로 많이 부끄러워진다.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사람과 삶의 갈등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따스한 손을 내미는 연습을 해야겠다. 내 등을 내밀며 기대라고 배려해야겠다. 교황님처럼 조금씩 낮아지는 연습을 날마다 해야겠다. 사랑은 못 해도 용서라도 해야겠다. 진정한 종교인과 참된 사람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깨달으면서. (2014년 8월, 월드코리안 신문, 오피니언 컬럼 최미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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