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락의 미학

2007.09.17 00:34

장정자 조회 수:867 추천:154

끝자락은 언제나 슬프다
온갖 풍상을 서럽게 딛고 훠이훠이
언덕길 숨차게 달려와 뒤돌아 서 보니
어느새
저만치쯤 노을
붉게 잦아져
이지러지 듯 숨는다
병상에 누워 숨결 애끓는 어느 여인의
이생의 끝자락에는
한 서린 여백만 정지된 채 대답은 없다

불같은 뙤약볕에 성긴 머리칼이
땀에 범벅되어 웃는 남편의 주름살이 아프다
끝을 향해 가는 것은
꿈을 붙드는 또하나의 항해인 것을
끝은 곧 시작이다
응고된 언어가 숨어있는
끝자락에 서서
한없이 울고싶은 것도
승화되어 날개 한 축 포개어
힘에 겨운 날
그래도 크게 웃는 것은
실타래 맨 앞에
삶의 한 자락 너울너울 춤추고 있는
사랑의 한 숨결 때문이다
끝자락 아름다운 그림자 드리우고
스러지는 노을 붉게 물든
바다에 서고 싶다.
                               장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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