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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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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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60101/1595470
               차가운 길, 이불 한 자의 온기
 
유난히 추운 계절을 지난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지구 곳곳에서 폭우와 폭설로 인해 일상생활이 마비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대형 산불 대재앙으로 주민들이 대피하고 화마에 그을려 절규하는 모습을 본다. 급하게 아이들만 데리고 맨손으로 집을 뛰쳐나와야 했는데 다시 찾은 집은 형태도 없이 재만 남은 폐허가 되었다. 언제 복구되는지 기약이 없어 절망과 체념 가운데 막막한 심정을 전한다.

또한 기온 변동 폭이 커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하여 주택이 사라지고, 수만 명의 주민이 대피하기도 한다. 재해나 은근히 다가온 ‘노숙(盧宿, Homeless)’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본다. 이는 이슬을 맞으며 자는 것을 의미한다. 다운타운에서 노숙자를 처음 보았을 때 흠칫 놀랐다. 차에 다가와 손을 내미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유리창을 올리고 말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그들에게 거부반응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보편적 현상이 되었기 때문일까? 길거리 텐트 수가 날로 늘어난다. 공원에서 텐트 촌락을 이루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 애쓰는 그들 모습에 익숙해졌다. 고가다리 밑에 한 노숙자가 이불을 둘둘 말고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담요, 옷가지 등 살림살이를 쇼핑 카트에 싣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는 로스앤젤레스에 유독 겨울철에 비가 쏟아진다. 단비를 반가워하면서도 한편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쏟아지는 비를 피하고자 비닐 천막을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 길거리 텐트 바닥이 빗물에 젖었는데도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는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도 있다. 텐트에 고이는 빗물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감사절을 맞이하여 공원 텐트촌을 돌며 집 잃은 그들에게서 많은 원인과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마약을 했다는 20대 청년을 만났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 우리에게 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안부를 전해주기를 부탁했다. 전쟁에 참여했던 재향군인 이야기도 들었다. 참전 후에 정신적 문제가 생겨 부인과 이혼 후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별한 장애나 정신건강, 알코올중독 등의 문제를 가진 원인이 아니어도, 치솟는 주거지 비용으로 한 번 터전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삼 남매를 둔 부부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여도 방 두 개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렸다고 했다. 깡통이나 재활용품을 모아 돈을 마련하는 성실하고 재활 의지가 있는 사람도 거주할 곳을 잃으면 초래되는 현상이다. 보통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이 선뜻 들었다.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죄책감이나 불쾌감 없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절대로 필요한 이유다. 마치 늪에 빠진 듯한 그들을 향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한다. 시 당국은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급증하는 그들을 위한 노숙자 피신처가 부족해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고, 주거지 설립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노숙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치안 관리와 약물중독 치료 등 재활 프로그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은 내 영역 밖의 일인가?

차가운 길 위에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포근한 온기는 무엇일까? 마음을 감싸는 이불이 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희숙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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