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문학 서평 (아동문예)

2010.10.13 12:21

홍영순 조회 수:424 추천:67

                                                                                                                                                                                                                                 박성배(이달의 동화문학 서평)

동화는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 들려주는 동화는 필요 없는 부언 설명이 들어가서 동화의 맛을 흐려놓는 경우가 많다. 함께 느끼는 동화에는 작가가 의도한 교훈이나 하고 싶은 말이 전혀 없는데도 마치 한약에 담긴 약효처럼 스며있는 동화다.

미주작가인 홍영순의 『우물에서 나온 당나귀』는 단편동화집이다.

『고추잠자리야 미안해』에서 다친 고추잠자리에게 반창고를 붙여주어 날려준다는 얘기나『아기나비와 달팽이』에서 호랑나비의 번데기를 달팽이가 지켜준다는 얘기 등은 독자를 자연스럽게 곤충이나 동물의 세계로 이입하는 힘이 있다.

“정말 네가 아기나비 맞니? 그래, 넌 꼭 엄마를 닮았구나. 고맙다. 정말 네가 호랑나비가 되다니 기쁘고 자랑스럽구나!”

그러자 호랑나비가 울며 말했어요.

“엄마,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이젠 내가 엄마를 도와드릴게요.”

“아기나비야! 네가 나는 걸 보고 싶구나. 엄마 앞에서 날아보겠니?”

“엄마, 얼마든지 날 테니까 잘 보세요.”

이 동화를 읽으면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낳아 주신 엄마도 엄마이지만 길러주신 엄마또한 고마우신 엄마라는 작가의 말을 듣게 된다.

『가로등의 이야기』는 약간은 이국적인 분위기이지만 모든 나라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인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나는 LA 웨스턴 갈 북쪽 끝에 있는 가로등니다. 저만치 산위로 "HOLLYWOOD"란 하얀 글씨가 보이는 곳에 있어요. 내 앞에는 이층집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작은 빈 교회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로등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동화로 무대만 미국일 뿐 엄마의 자식에 대한 절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잭! 미키! 탐! 어-디 갔었니?”

아! 할머니가 말을 했어요. 그동안 단 한번도 말을 안 해 벙어리가 된 줄 알았는데 아들딸

이름을 부른 겁니다.

자식들과 헤어져 푸들과 함께 살면서 말을 잃은 할머니가 자식들을 만나면서 말을 찾는 장

면이다. 역시 작가의 구차한 부언 설명은 하나도 없다. 단지 독자와 함께 느낄 뿐이다. 가로

등이 보고 느낀 것들을 독자가 공유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우물에서 나온 당나귀』는 제목부터가 흥미를 끈다. 말을 더듬는 경호가 말더듬을 고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우물에서 나온 당나귀는 선생님이 실의에 빠진 경호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동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삽입하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나의 줄거리를 잡고 진행되던 이야기의 방향을 혼란스럽게 염려가 있고 많은 경우 어린이들의 흥미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동화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이 줄줄 읽혀지는 마력이 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경호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딱 들어맞기도 하려니와 마치 돌아가는 뺑뺑이에 살짝 올라타듯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삽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호야, 난 칭찬을 받으면 사과를 먹는데 마침 두 개니 하나 먹어 보겠니?”

경호가 사과를 받으면 빙그레 웃었어요.

“교장 선생님이 칭찬하셨어요?”

“그래, 이번 달 일제 고사에서 우리 반이 1등을 했잖아. 그리고 오늘 웅변대회에선 네가 2등을 했으니 당연히 칭찬을 받아야지.”

“경호는 멋쩍은 듯 사과를 먹으며 말했어요.

“선생님, 아이스크림보다 사과가 훨씬 맛있어요!”

이야기의 끝 장면에서 경호가 말을 더듬지 않고 선생님과 대화 하는 장면이다. 작가의 부언설명 없이 독자들에게 경호가 말을 더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홍영순 동화들은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동화들이다. 이런 동화들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동화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구나.’하고 눈치를 챌 수 있는 이야기라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함을 주는 동화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즐겁게 읽으면서 함께 느낄 수 있는 동화의 본을 보여주는 동화집을 독자들도 꼭 읽어보면 좋겠다.



  - 아동문예 2010. 9.10월호 이달의 동화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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