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석 줄 단상 - 작은 들꽃
2022.05.18 23:05
24. 세 줄 문장 - 작은 들꽃(05132022)+
아름다움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어지는 것.
저 홀로 피고 저 홀로 져도 모르던 작은 들꽃.
오늘은 행복하여라, 눈 여겨 봐 주는 그대 있음에.
(사진 : 곽영택)
개미보다 조금 클까 말까한 작은 들꽃. 무심히 지나는 길손에겐 하나의 풀꽃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그를 눈여겨 본 사람 있어, 숨겨진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스스로도 몰랐던 모습. 누군가 예쁘다고 하니 예쁜 줄 알았다. 아름다움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어지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배운다. 귀히 여기는 사람만이 그를 증언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사랑 먹고 커 간다. 사랑 받는 여자가 더욱 빛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여지껏 작은 들꽃은 저 홀로 피었다가 저 홀로 졌다. 작은 들꽃이 진다한들 어느 시인처럼 왕국이 무너진다고 애통해 하지도 않았고, 선운사 동백만큼이나 애달파 하지도 않았다. 해바라기도 아니면서 낮엔 해바라기를 하고, 달맞이꽃도 아니면서 달을 바라보며 밤을 지샜다. 외로움에 못내 겨운 날엔, 별꽃도 아니면서 은하수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었다. 존재의 무의미는 그렇게 외로움을 불러 왔다. 오늘에야 비로소 작은 들꽃은 제 존재의 귀함을 안다. 아, 하지만 작은 들꽃은 아직도 사랑이 고프다. ‘작은 들꽃’은 그의 이름이 아니기에. 그의 이름은 무엇일까.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의 의미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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