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6
어제:
235
전체:
5,026,684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5

가을이 오면

조회 수 255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이 오면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5 진실게임 2 이월란 2008.05.10 254
884 분수(分水) 이월란 2008.05.10 254
883 똥개시인 이월란 2009.04.07 254
882 떠 보기 이월란 2011.12.14 254
»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55
880 사랑 3 이월란 2008.05.10 255
879 사내아이들 이월란 2008.09.18 255
878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56
877 Step Family 이월란 2008.05.10 256
876 당신은 지금 이월란 2009.10.05 256
875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257
874 포스트들이 실종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이월란 2009.01.07 257
873 이월란 2011.05.10 257
872 나의 집 이월란 2008.05.10 258
871 춤 추는 노을 이월란 2008.05.10 258
870 물처럼 고인 시간 이월란 2008.05.16 258
869 풍금(風禽) 이월란 2008.12.26 258
868 처음 이월란 2008.05.09 259
867 이별나무 이월란 2008.09.10 259
866 매일 떠나는 풍경 이월란 2008.11.21 259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