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1
어제:
463
전체:
5,065,551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5

가을이 오면

조회 수 262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이 오면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80
250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94
24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35
248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61
»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62
246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5
245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32
244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302
243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92
242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21
241 별 2 이월란 2008.05.10 276
240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91
239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47
238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82
237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302
236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8
235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7
234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8
233 견공 시리즈 거지근성(견공시리즈 22) 이월란 2009.09.12 327
232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95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