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5
어제:
463
전체:
5,065,505

이달의 작가
2008.05.10 08:19

파도 2

조회 수 239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파도 <2>


                                                                                                                 이 월란




손으로 어질러 놓은 것들은 마음먹은 날, 토란잎처럼 깔끔하게 갈무리 되더라
가슴이 어질러 놓은 것들은 아무리 마음 먹어도, 낚시줄에 걸린 해초처럼 더 옭히기만 하더라


하늘의 눈빛으로 태어나 막 비로 내린 것들이
우툴두툴한 모퉁이산을 돌고 돌고 에돌아, 멀쩡한 사람들의 토사물을 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데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걸까
얼마나 깊이 배어있다 오는걸까
얼마나 고요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는걸까
얼마나 외로운 섬들을 데리고 오는걸까
저리도 할 말이 쌓여 비명하며 오는 저것들아


전해주렴
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바다의 경전을 밤새 훑어온, 푸르게 핏발 선 눈두덩으로
노매(怒罵)한 바다의 말들을 죄다 토해 놓으렴
기억이 구르는 한 접어놓지 못할 심연의 아우성을
현기증 도는 부아통 남김없이 실어 오렴
벌건 대낮에 기어나온 저 미친 달아래


물거품으로 답하는 무정한 암벽아래 너마저 거품을 물고 스러지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오래 묵은 편지들을 말아쥐고 답신 없이 실신해버릴 내 몸 위로도
전해주고 가렴, 또다른 숨가쁜 사연은 또 저렇게 달려오는데
긁힌 두 팔 가득 가슴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움켜쥐고, 너마저 오열하며 복받쳐 오너라
푸르도록 푸르게
                                                        
                                                                                                                                                                                 2007-08-2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詩 2 이월란 2008.05.10 296
270 마(魔)의 정체구간 이월란 2008.05.10 281
269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268
268 손끝 이월란 2008.05.10 263
267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6
266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85
265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11
264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9
263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92
262 제2시집 진주 이월란 2008.05.10 301
261 이월란 2008.05.10 273
260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263
259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5
258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7
257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5
256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500
255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4
254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301
»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9
252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8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