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2>
이 월란
손으로 어질러 놓은 것들은 마음먹은 날, 토란잎처럼 깔끔하게 갈무리 되더라
가슴이 어질러 놓은 것들은 아무리 마음 먹어도, 낚시줄에 걸린 해초처럼 더 옭히기만 하더라
하늘의 눈빛으로 태어나 막 비로 내린 것들이
우툴두툴한 모퉁이산을 돌고 돌고 에돌아, 멀쩡한 사람들의 토사물을 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데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걸까
얼마나 깊이 배어있다 오는걸까
얼마나 고요한 바닥에 가라앉았다 오는걸까
얼마나 외로운 섬들을 데리고 오는걸까
저리도 할 말이 쌓여 비명하며 오는 저것들아
전해주렴
그 그리운 것들을
그 서러운 것들을
그 덧없는 것들을
바다의 경전을 밤새 훑어온, 푸르게 핏발 선 눈두덩으로
노매(怒罵)한 바다의 말들을 죄다 토해 놓으렴
기억이 구르는 한 접어놓지 못할 심연의 아우성을
현기증 도는 부아통 남김없이 실어 오렴
벌건 대낮에 기어나온 저 미친 달아래
물거품으로 답하는 무정한 암벽아래 너마저 거품을 물고 스러지더라도
전해지지 않을, 오래 묵은 편지들을 말아쥐고 답신 없이 실신해버릴 내 몸 위로도
전해주고 가렴, 또다른 숨가쁜 사연은 또 저렇게 달려오는데
긁힌 두 팔 가득 가슴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움켜쥐고, 너마저 오열하며 복받쳐 오너라
푸르도록 푸르게
200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