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8
어제:
463
전체:
5,065,548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9

별리(別離)

조회 수 421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별리(別離)


                                                                    이 월란




한 때는 너와 나의 진실이었던,
그 안개같은 진실의 흔적이 안개걸음으로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말미잘같은 나의 몸을 뚫고 나와 멀어져가고 있다
담홍색 수밀도같은 사랑의 과즙이 뚝뚝 떨어져 내리던 무형의 거리
눈 멀도록 반사되어 오던 그 빛뭉치는 꿈길에 초점이 맞추어진
몽유 속 낭설이라 흩어지고 있다
내가 아닌 너의 모습만 담고 있던 아침의 거울은 쨍그랑 소리도 없이
한조각씩 깨어져나가고, 오-- 그런 날은 아침이 없었으면
저 무고한 해는 언제 저 먼 하늘을 다 둘러 볼 것이며
언제 지는 해가 되어 발 아래서 새 날을 빚어 올 것인가
난 오늘도 아침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아침 없이 저 눈부신 해가 중천에 붕 떠 버렸으면
노회할 줄 모르는 저 태양도 어쩌다 한번씩은 교활해졌으면
언질 한마디 없이 저버리는 꽃들을
화마같은 불덩이로 나를 달궈 놓고 눈짓 하나 없이 돌아설
이 염천을
진실을 등진 지구의 반란이라 누가 동정할 것인가
지나간 시간들의 알리바이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아
USB 나 플라피 디스크에도 저장되어 있지 못해
우리가 나누어 가진 구리빛 열쇠꾸러미들로는
이제 서로의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을
나를 찾아 헤매는 길은 늘 이렇게 누군가의 몸을 관통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
또 언제나 끝으로 마주치는 해부되지 못할 맹목을 싣고 달리는
폐쇄된 수인선의 협궤열차 같은 것
간간이 역무원 없는 간이역에 발이 닿을 것이며
정시에 출발하는 고속열차에 또 다시 몸을 실려 보내고 말 것을
연착해버린 마음만 고스란히 남겨둔 채

                                                    
                                                                     2007-08-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80
250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94
24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35
248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61
247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62
246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5
245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32
244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302
243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92
»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21
241 별 2 이월란 2008.05.10 276
240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91
239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47
238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82
237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302
236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8
235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7
234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8
233 견공 시리즈 거지근성(견공시리즈 22) 이월란 2009.09.12 327
232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95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