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7
어제:
463
전체:
5,065,507

이달의 작가
2008.05.10 08:13

어떤 하루

조회 수 298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떤 하루


                                                                   이 월란




숫돌 위에서 막 몸을 뗀 칼날같은 빛이
이리저리 스치고 지나간 하루
3도 화상의 흉터가 아직도 타지 못한 빛을 삼켜내고 있다
눈부시다
살아가는 자국들이란
멈춘 듯 자라고 있는, 멈춘듯 시들고 있는 미세한 생명의 비늘
생살같은 시간들이 소신공양(燒身供養)을 올리듯
오늘도 한 뼘의 폐허를 일구어 놓고, 굳어지는
파충류의 껍질같은 생명의 무늬
한 순간은 흉가의 문짝처럼 너덜거리는 가슴을 붙들었고
한 순간은 그 따뜻한 목에 매달리고 싶은 광끼에 동조했지
그렇게 한 순간 발을 헛디뎌도 우린 확인되지 못하는 오답자
언제까지 소리도 없이 부를 수 있나
언제까지 날개도 없이 날아갈 수 있나
몹쓸 인연
방수되지 않은 몸은 HTML의 장맛비에 노출되어 있고
거지별 아래 걸머진 죄를 하역하며 어깃장 놓던 이단의 얼굴
구석기 시대를 꿈꾸는 하이퍼텍스트의 언어로
야반도주를 하던 가슴
시간의 간단명료한 행갈이에 베개를 고여 놓고
한 순간 마음의 주차 위반에 성실한 단속반이 되어
스스로 딱지를 뗀다
하루의 임종을 지켜낸 모진 단말마로        

                                    
                                        
                                                             2007-8-2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詩 2 이월란 2008.05.10 296
270 마(魔)의 정체구간 이월란 2008.05.10 281
269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268
268 손끝 이월란 2008.05.10 263
267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6
266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85
265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11
264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9
263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92
262 제2시집 진주 이월란 2008.05.10 301
261 이월란 2008.05.10 273
260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263
259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5
258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7
257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5
256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500
255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4
254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301
253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9
»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8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