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이 월란
숫돌 위에서 막 몸을 뗀 칼날같은 빛이
이리저리 스치고 지나간 하루
3도 화상의 흉터가 아직도 타지 못한 빛을 삼켜내고 있다
눈부시다
살아가는 자국들이란
멈춘 듯 자라고 있는, 멈춘듯 시들고 있는 미세한 생명의 비늘
생살같은 시간들이 소신공양(燒身供養)을 올리듯
오늘도 한 뼘의 폐허를 일구어 놓고, 굳어지는
파충류의 껍질같은 생명의 무늬
한 순간은 흉가의 문짝처럼 너덜거리는 가슴을 붙들었고
한 순간은 그 따뜻한 목에 매달리고 싶은 광끼에 동조했지
그렇게 한 순간 발을 헛디뎌도 우린 확인되지 못하는 오답자
언제까지 소리도 없이 부를 수 있나
언제까지 날개도 없이 날아갈 수 있나
몹쓸 인연
방수되지 않은 몸은 HTML의 장맛비에 노출되어 있고
거지별 아래 걸머진 죄를 하역하며 어깃장 놓던 이단의 얼굴
구석기 시대를 꿈꾸는 하이퍼텍스트의 언어로
야반도주를 하던 가슴
시간의 간단명료한 행갈이에 베개를 고여 놓고
한 순간 마음의 주차 위반에 성실한 단속반이 되어
스스로 딱지를 뗀다
하루의 임종을 지켜낸 모진 단말마로
2007-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