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도 때론
이 월란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나, 이만큼 지나왔어>
세월이었다
정강이를 걷어 차버리고 싶었지만
팔을 낚아채어 달렸다
또랑에 발을 담그고 시름꽃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래, 알고 있어> 라며 고개 돌리는 젖은 눈 속에서
잠시 부동자세로 굳어 있던 세월이 눈을 맞추며 제비꽃처럼 웃는다
늘 정신없이 바쁘다는 세월도
가끔, 아주 가끔은 머물 줄 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 한 번쯤 붙들어 말을 걸어주길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누군가의 남겨둔 여백에 잠시 걸터 앉았다 갈 줄도
안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다 놓아버린 빈 손에 머문 듯 쥐어지기도 하는 세월임을
다 떠나 보낸 황량한 발걸음에 섧도록 감겨드는 세월임을
세월도 때론 머문다는 것을
누군가의 가슴에라도
머물고 싶어 한다는 것을
2007-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