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이 월란
그대여
우리 언제 마주보며 서로를 얘기할 수 있나
황망히 휩쓸고 간 그 바람같은 것들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나
얼굴 파묻어 두 눈에 숨긴 붉은 하늘의 통증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머문 적도, 떠난 적도 없는 허공의 자리
닿을 수 없는 구릉 위에서 피고 지던 꽃들이
폭염에 나뒹굴던 그 고뇌의 땀방울들이
방향 잃은 두 발 아래 쌓이던 갈잎들이
홀로 걷는 어깨 위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던 옥설들이
모두 나의 삼켜버린 울먹임이었다고
어떻게 다 말 해 줄 수 있나
누군가 자꾸만 등을 떠밀어
멀리 멀리 가라던
한없이 먼 길을 가라던
그 설움 속에 누군가 오롯이 서 있다
하얀 백지로 놓여 나의 시를 받아 적던 것이
바로 당신의 가슴이었음을
표류한 듯 멈춘 이 자리
마른 땅 배회하는 걸음마다
제웅처럼 서 있던
당신, 여기 저기 꽃피었음을
한순간 내 안에서 걸어나온 이
그 작은 어깨로 세상을 다 짊어지고 떠나버리던
느리게 왔다 서둘러 가는 것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가슴 어느 구석쯤의 거처
파열음 하나 없이 저 하늘 부서져내린 그 자리
나 이제 눈 뜨고 지나칠 수 없음을
내 심장의 호적에 핏빛으로 줄 그인
영원한 동명이인이었음을
후사경에 영구히 새겨진 사막의 해안선같은 이였음을
내 눈물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2007-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