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6
어제:
463
전체:
5,065,506

이달의 작가
2008.05.10 08:21

그대여

조회 수 514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여


                                                   이 월란




그대여
우리 언제 마주보며 서로를 얘기할 수 있나
황망히 휩쓸고 간 그 바람같은 것들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나
얼굴 파묻어 두 눈에 숨긴 붉은 하늘의 통증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머문 적도, 떠난 적도 없는 허공의 자리
닿을 수 없는 구릉 위에서 피고 지던 꽃들이
폭염에 나뒹굴던 그 고뇌의 땀방울들이
방향 잃은 두 발 아래 쌓이던 갈잎들이
홀로 걷는 어깨 위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던 옥설들이
모두 나의 삼켜버린 울먹임이었다고
어떻게 다 말 해 줄 수 있나


누군가 자꾸만 등을 떠밀어
멀리 멀리 가라던
한없이 먼 길을 가라던
그 설움 속에 누군가 오롯이 서 있다
하얀 백지로 놓여 나의 시를 받아 적던 것이
바로 당신의 가슴이었음을


표류한 듯 멈춘 이 자리
마른 땅 배회하는 걸음마다
제웅처럼 서 있던
당신, 여기 저기 꽃피었음을


한순간 내 안에서 걸어나온 이
그 작은 어깨로 세상을 다 짊어지고 떠나버리던
느리게 왔다 서둘러 가는 것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가슴 어느 구석쯤의 거처
파열음 하나 없이 저 하늘 부서져내린 그 자리
나 이제 눈 뜨고 지나칠 수 없음을


내 심장의 호적에 핏빛으로 줄 그인
영원한 동명이인이었음을
후사경에 영구히 새겨진 사막의 해안선같은 이였음을
내 눈물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2007-8-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詩 2 이월란 2008.05.10 296
270 마(魔)의 정체구간 이월란 2008.05.10 281
269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268
268 손끝 이월란 2008.05.10 263
267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6
266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85
265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11
264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9
263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92
262 제2시집 진주 이월란 2008.05.10 301
261 이월란 2008.05.10 273
260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263
259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5
258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7
257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5
256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500
»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4
254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301
253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9
252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8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