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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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08:22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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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 월란





어딘가에 발 닿으려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하강하는 비행기는 나를 슬프게 한다
고향의 냄새에 지쳐 돌아오는 내게 웰컴 홈이라고 말하는
공항 직원의 푸른 눈빛은 나를 슬프게 한다
엄마가 아닌 3인칭으로 나를 지칭하는 아이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나의 목소리가 내가 거북해 했던
그 페루 남자의 액센트를 닮아있다는 사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운전하는 시간이 짧지 않건만 두 달이 넘도록
같은 음악만을 들어왔다는 사실도
하나님, 저 벌 주세요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는 사실도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가시 돋친 말만 헛씹고 있는 나도
기쁨은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은 것처럼 불편하기만 한데
차라리 슬픔 속에서 더욱 편안해 진다는 사실도
나를 슬프게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사람이 그리워진다는 건
또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인가
해질녘이면 이유도 없이, 얼굴 파묻고 넘어가는 저 해처럼
나도 어딘가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지는 것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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