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7
어제:
338
전체:
5,022,156

이달의 작가
조회 수 1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9)

 


시설에 들어온 기억은 없다

다만 눈을 떴을 때

정글을 베낀 초록벽과

불모의 영토가 익숙해져 있었을 뿐

눈을 감을 때마다 침묵하는 세상 속

사육 당한 기억마다 네 발이 자란다

몸의 일부가 된 만성 두통이

번갈아가며 이마 위에 새처럼 앉아

체온이 피어나는 거적대기를 한 번씩

오랜 세월처럼 들추어 보다

다시 누명처럼 뒤집어 쓴다

아이들이 손가락질을 할 때마다

방음된 생명 하나가 유리벽 너머

, 돌아눕는다

짙은 신음이 시든 꽃처럼 떨어지는

위조된 밀림 속

세상은 어디든 좁아 터져 있다

사람들이 하루빨리 집을 그리고

네모난 지붕 아래 서둘러 갇히는 것처럼

철조망이 없는 곳엔 깊은 웅덩이가 있다

하늘을 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 번씩 조물주처럼 등장하는 조련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사라진다

14불짜리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어지면

생사를 초월한 눈빛만 허공에 매달려 있다

세상은 크고 작은 동물원의 연속

벽을 쓰러뜨려 베고 누우면

한 마리의 어둠조차 따라 눕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44 가슴귀 이월란 2009.04.07 286
43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42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41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40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419
39 詩의 체중 이월란 2009.11.25 319
38 詩의 벽 이월란 2010.04.05 407
37 詩똥 2 이월란 2008.05.16 279
36 詩4 이월란 2008.11.25 237
35 詩3 이월란 2008.11.25 242
34 詩, 그 허상 앞에 이월란 2009.05.04 300
33 詩 6 이월란 2009.12.15 293
32 詩 5 이월란 2009.12.15 277
31 詩 2 이월란 2008.05.10 290
30 이월란 2008.05.10 271
29 이월란 2011.05.10 257
28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27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26 이월란 2008.06.20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