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306
전체:
5,022,921

이달의 작가
조회 수 1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9)

 


시설에 들어온 기억은 없다

다만 눈을 떴을 때

정글을 베낀 초록벽과

불모의 영토가 익숙해져 있었을 뿐

눈을 감을 때마다 침묵하는 세상 속

사육 당한 기억마다 네 발이 자란다

몸의 일부가 된 만성 두통이

번갈아가며 이마 위에 새처럼 앉아

체온이 피어나는 거적대기를 한 번씩

오랜 세월처럼 들추어 보다

다시 누명처럼 뒤집어 쓴다

아이들이 손가락질을 할 때마다

방음된 생명 하나가 유리벽 너머

, 돌아눕는다

짙은 신음이 시든 꽃처럼 떨어지는

위조된 밀림 속

세상은 어디든 좁아 터져 있다

사람들이 하루빨리 집을 그리고

네모난 지붕 아래 서둘러 갇히는 것처럼

철조망이 없는 곳엔 깊은 웅덩이가 있다

하늘을 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 번씩 조물주처럼 등장하는 조련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사라진다

14불짜리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어지면

생사를 초월한 눈빛만 허공에 매달려 있다

세상은 크고 작은 동물원의 연속

벽을 쓰러뜨려 베고 누우면

한 마리의 어둠조차 따라 눕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니그로 이월란 2010.09.26 565
44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43 섬그늘 이월란 2010.09.26 566
42 내 안에 있는 바다 이월란 2008.05.07 569
41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40 왕의 이불 이월란 2008.05.08 571
39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38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37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575
36 환절의 문 이월란 2010.10.29 575
35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34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578
33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32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이월란 2008.05.07 579
31 타임래그 2 이월란 2010.10.29 579
30 쇠독 이월란 2012.05.19 579
29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28 고시생 커플룩 이월란 2010.05.21 594
27 비말감염 이월란 2010.08.22 597
26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