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5
어제:
176
전체:
5,020,866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5

난간에서

조회 수 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난간에서


이월란 (2016-7)

 

길이 끊어진 자리에 자라난 소멸의 문

디딜 수 없는 깊이가 왠지 환하다

팽팽한 절벽 앞에서 잡는 곳마다 손이 되고

닫아도 열어도, 아무도 전율하지 않는다

장애를 쉬이 뛰어넘은 넋은 어느새 두 날개가 돋고

놓을 수 없는 이들을 향해 짧은 손을 흔든다

 

땅과 바다의 경계처럼 지워졌다 다시 그려지는 구조물

나무를 닮아 뿌리가 깊다

베란다의 덩굴은 알피니스트처럼 타고 올라

쇠붙이마저 끌어안으며 붙어살고 있는데

밤을 보내는 자리마다 그 날의 정상이었으리라

누군가 떨어진 자리에

보수되지 못하고 방치된 꿈이 달려 있다

 

해 아래 체온처럼 따뜻해진 시간을 꼭 쥐어본다

꼭 아기 손목만한 굵기를 따라 몇 걸음 떼어본다

삶의 외곽은 늘 단단하다

경사 깊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꽉 붙들었던 꿈은

내려가서 보면 언제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을 달수록 속절없이 장엄해지는 높이

삶의 중력은 한 뼘 너머에서 어김없이 작동할 것이다

어디에고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어제도 이 자리에 있었다

백지 위의 선 같은 기둥에 잠시 기대어 보면

가장자리를 벗어나는 무늬가 있다

다시 호명되는 꿈이 있다

신발 한 짝을 흔들어보다 아차, 떨어뜨리고 말았다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맨발이 낫겠다, 뿌리 뽑힌 난간처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5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544
1004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385
1003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1002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1001 바람의 밀어 이월란 2008.05.08 376
1000 악몽 이월란 2008.05.08 446
999 비질 이월란 2008.05.08 363
998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997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996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995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310
994 착각 이월란 2008.05.08 324
993 차라리 이월란 2008.05.08 311
992 이월란 2008.05.08 322
991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990 알기나 아니? 이월란 2008.05.08 372
989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988 눈(雪) 이월란 2008.05.08 350
987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414
986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