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6
어제:
259
전체:
5,026,088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5

난간에서

조회 수 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난간에서


이월란 (2016-7)

 

길이 끊어진 자리에 자라난 소멸의 문

디딜 수 없는 깊이가 왠지 환하다

팽팽한 절벽 앞에서 잡는 곳마다 손이 되고

닫아도 열어도, 아무도 전율하지 않는다

장애를 쉬이 뛰어넘은 넋은 어느새 두 날개가 돋고

놓을 수 없는 이들을 향해 짧은 손을 흔든다

 

땅과 바다의 경계처럼 지워졌다 다시 그려지는 구조물

나무를 닮아 뿌리가 깊다

베란다의 덩굴은 알피니스트처럼 타고 올라

쇠붙이마저 끌어안으며 붙어살고 있는데

밤을 보내는 자리마다 그 날의 정상이었으리라

누군가 떨어진 자리에

보수되지 못하고 방치된 꿈이 달려 있다

 

해 아래 체온처럼 따뜻해진 시간을 꼭 쥐어본다

꼭 아기 손목만한 굵기를 따라 몇 걸음 떼어본다

삶의 외곽은 늘 단단하다

경사 깊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꽉 붙들었던 꿈은

내려가서 보면 언제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을 달수록 속절없이 장엄해지는 높이

삶의 중력은 한 뼘 너머에서 어김없이 작동할 것이다

어디에고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어제도 이 자리에 있었다

백지 위의 선 같은 기둥에 잠시 기대어 보면

가장자리를 벗어나는 무늬가 있다

다시 호명되는 꿈이 있다

신발 한 짝을 흔들어보다 아차, 떨어뜨리고 말았다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맨발이 낫겠다, 뿌리 뽑힌 난간처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5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419
224 새벽 이월란 2010.07.09 420
223 빛의 판례 이월란 2012.02.05 420
222 난청지대 이월란 2010.08.22 421
221 인형놀이 이월란 2010.12.14 421
220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219 갈증 이월란 2010.06.07 422
218 개그 이월란 2010.07.19 422
217 연옥 이월란 2010.08.22 422
216 반지 이월란 2010.09.06 422
215 너의 우주 이월란 2012.01.17 422
214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424
213 예감 이월란 2010.04.18 424
212 밤비행기 2 이월란 2009.08.29 425
211 바람에 실려온 시 이월란 2009.12.15 425
210 타로점 이월란 2010.03.30 426
209 그대의 신전 이월란 2010.08.22 427
208 클레멘타인 이월란 2010.06.12 428
207 사랑의 기원起源 이월란 2009.11.16 429
206 바람의 그림자 이월란 2009.11.11 430
Board Pagination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