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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1.08.16 14:16

동백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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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아가씨

이월란 (2019-2)

 

 

저릿한

슬픔의 뒤뜰에는 언제나

홀연히 서 있는 나보다 젊은 그녀

도려낸 가슴에

한 소절씩 얹어두었을 붉은 꽃잎을

나는 모른다

끝내 모른다

결코 노래가 되지 않던 음치의 세월

지금도 그녀는 배수 좋은 땅에

그저 서 있다

눈물 빠지기 좋은 길

어디쯤 서 보아도

그녀의 청춘은 차마 못할 짓

삼키는 연습을 하다보면

떨어지는 연습까지 하게 된다

송이채 떨어지는 가슴으로 받아낸 날들은

한결같은 그녀의 북방한계선이었다

손 시리고 발 저려

박제된 라디오에서 꽃의 목청이 들리면

그녀의 고통은 찬란해졌다

그녀가 지은 밥을 먹고 자란 것은

오직 슬픔의 아기들

은비늘 반짝이는 두 눈 앞에

유년의 수돗가를 붉게 물들이던

엄마 꽃이 비리다

살다 간 낙화의 땅에서

마지막 온기 품은 겨울의 겨드랑쯤

동명이인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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