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가씨
이월란 (2019-2)
저릿한
슬픔의 뒤뜰에는 언제나
홀연히 서 있는 나보다 젊은 그녀
도려낸 가슴에
한 소절씩 얹어두었을 붉은 꽃잎을
나는 모른다
끝내 모른다
결코 노래가 되지 않던 음치의 세월
지금도 그녀는 배수 좋은 땅에
그저 서 있다
눈물 빠지기 좋은 길
어디쯤 서 보아도
그녀의 청춘은 차마 못할 짓
삼키는 연습을 하다보면
떨어지는 연습까지 하게 된다
송이채 떨어지는 가슴으로 받아낸 날들은
한결같은 그녀의 북방한계선이었다
손 시리고 발 저려
박제된 라디오에서 꽃의 목청이 들리면
그녀의 고통은 찬란해졌다
그녀가 지은 밥을 먹고 자란 것은
오직 슬픔의 아기들
은비늘 반짝이는 두 눈 앞에
유년의 수돗가를 붉게 물들이던
엄마 꽃이 비리다
살다 간 낙화의 땅에서
마지막 온기 품은 겨울의 겨드랑쯤
동명이인의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