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19-4)
어두워지기 전 어둠에 당도할 것
복사지 같은 어둠을 섣불리 밟지 말 것
어둠 앞에서 공평히 어두워질 것
목젖에 걸린 밤마저 토해낼 것
어둠의 살아있는 날을 세울 것
안치된 밝음 앞에 투명한 삼각대를 세울 것
어둠의 틈을 타지 말 것
지면에 드리운 나무들을 일으켜 세울 것
째깍째깍 죽어버린 시간의 시체를 환히 해부할 것
숨은 그림자엔 밝은 귀를 달아놓을 것
무성해지는 빛의 밀도에 귀 기울일 것
빛의 교미로 총총대는 아기별을 받아낼 것
별은 별 뜻 없이 빛나는 하루치의 변명
빛의 부스러기처럼 사라지는 차들의 꼬리를 밟을 것
그리하여 달아난 길들은 잘 걷어와 말릴 것
한 발의 총탄이 날아가듯
팔딱이는 밤의 심장을 겨눌 것
미끌미끌한 밤 이끼에 미끄러지지 말 것
날짜변경선에 가까이 가지 말 것
체구를 버린 작은 화소로 물을 것
마지막 질문은 아직 남겨둘 것
밤과 낮 사이 또 하나의 계절에 체온을 맞출 것
당신 앞에 한 번쯤 당신을 세워도 볼 것
셔터를 누를 땐 숨을 멈출 것
그렇게 저승의 찰나를 잠시 빌려올 것
단지 보이지 않아 그리워진 것들에 속지 말 것
오늘의 바탕화면을 켜두고 인사불성으로
어둠을 밴 사람들이 빛을 낳으러 간 사이
찰칵, 내일을 인화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