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의 미학
이월란 (2019-2)
짝짓기의 악습이 끝나면
덩그러니 남는
어간을 버린 어미처럼 무의미해집니다
여기저기 붙어 변해야만 합니다
간교하게 활용되어야만 합니다
마음이 주로 앉아있는 홀로의 집이 됩니다
네 개의 날개를 보면
목적지마저 둥지가 됩니다
두 개의 날개를 보면
한 마리라고 부르게 됩니다
멀쩡한 길은 잃어버리게 되고
노랫소리는 울음소리가 됩니다
짝수는 흔히들 집을 짓게 되고
배가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평탄하고도 정연해진 숫자 앞에서
짝이 모자라는 자투리로 남습니다
뜻밖의 기묘한 물건이 되어
계산 밖에 있습니다
불완전하다고 불리워집니다
무안해지다 또 무거워집니다
두 발이 걸어도 홀로입니다
두 손이 만져도 홀로입니다
하나의 머리로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한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반쪽이 됩니다
나머지 반이 찾아온다 해도
또 하나를 마저 찾아나서야 합니다
먼 외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가다보니
길이 갈라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