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새벽
이월란 (2020-6)
눈물처럼 떨어진 해가 다시 떠오른다는 건 유리벽처럼 만질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그 너머가 훤히 보인다는 건 쫓기거나 헤매다 튕겨져 나온 흉몽 끝에 한 마리 두 마리 떨어져 내리는 방음벽 같은 새의 벽
어둠이 솎아낸 것이 단지 아픔이었으면 하는 건 울창하게 떠오른 새소리로도 묻히지 않는 어제의 고통이 제일 먼저 눈을 뜨는 이치
두 발 디딘 나의 집도 둥둥 떠올라 어제와 오늘 사이에 바다가 차오른다면 사막이 번진다면 하는 건 단지 다시 눈뜨는 어제를 버리고 싶을 뿐
불모의 간격을 사이에 두고 미리 건져 접시 위에 담길 아침은 마음껏 떠올라 새로울 것 없는 아보카도빛 숲 혹은 늪
거리를 두고 벽을 세워도 퍼져나가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되어야 해 밤새 자라 흡반처럼 질겨진 손발로 잠 끝에 들지 못해 다시 타고 오르거나 다시 미끄러져 내리거나
오늘따라 새로운 벽이 자라는 소리, 문안처럼 새벽이 온 것은 그 때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