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0-5)
새처럼 날아야 닿을 수 있는 집이 있다
둥지를 떠난 새였다
위태로운 횃대에 올라앉을 때마다
한 마리의 세상에 대해 조급해지곤 했다
한 번도 타국에 살고 있다고 여기지 못했다
모국이라고 여기며 모국에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문을 열고 나가는 세상은
출입국관리소처럼 매일 태생지와 행선지를 묻는다
절망이 길을 내고 외로움이 길이 되던
흔들리는 땅 위에 올라탄 탑승객처럼
반입 되지 않는 그리움을 숨기고
뜨고 내리기 좋은, 여기는 변두리
완벽한 비행을 위해선 제일 먼저
날개 한 쌍 돋아나는 일
날개를 사기 위해선 먼저 국적을 사야 한다
네모난 집은 둥근 국적이 사는 곳이었다
바람이 접히는 모서리마다 여백이 생겼다
환율처럼 오르내리는 날개를 달고
다섯 번째 계절로 가방을 싼다
하루에 하나씩 지워내던 그 이름으로
싸다보면 이민가방이 되는 촌스런 여행
환절기마다 병을 앓는 두 개의 체온으로
몸져누우면 꼭 새가 되곤 했었다
쌍팔년도라고 불리는 고전을 읽기 위해
회항하는 사람들은 눈이 부시다
담장만큼 낮아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날개가 닿을 수 없는 속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날개 없음을 타고난 것은 차라리 잘 된 일
깃 떨어질 때마다 날개를 묻어야 했으므로
핸들에 감기는 길마다 활주로를 닮아 있다
기억의 맥박으로 날아오르는 길
은빛으로 무거워진 새 한 마리
날짐승 같은 노을을 토해내며
가슴의 시차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