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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1:59

혼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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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 이월란

 

 

 하늘 닿은 머리에 짐승의 발이 자라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의 말이 쌓여가고 인간의 장르로 물려받은 라스트 네임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라스트는 왼손에 네임은 오른손에 놓고 문장이 끝날 때마다 장면이 바뀌는 하루가 매콤하다 무지갯빛 피를 찾아 나섰다 가만히 서 있어도 피가 돌아 미궁 속에 핀 꽃들은 헌혈하듯 줄지어 붉다 무균실에서 나온 나는 창백해야 한다 혈액의 형식을 맞춰볼까 ABABO가 아닌 ㄱㄴㄷㄹ의 혈액형을 묻는다 꽃들의 혀가 꼬여 있다

 

이방의 냄새를 따라 바탕화면 밖으로 날아가는 새의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근친상간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음이다 피는 영원히 이기적이다 퍼스트 네임을 주고받으며 섞이기 좋은 사람들끼리 기대는 척 서로를 빨아 마신다 손끝을 찔러 내피를 먹는다 다시 살아난 동명이인, 타인의 피가 흐른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을 시켜 먹고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섞어 몸을 씻긴 아이, 바삭한 사랑이 주판알처럼 튄다 신의 헌혈로 피가 섞인 예수를 닮았다 반짝이는 와인색 두 눈을 감고 모어가 두 개인 아이가 동그랗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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