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프 고트 2 / 이월란
—LA 429 폭동 30주년에 부쳐—
인종의 바다에 빙산의 일각이 떠다녔어요
벌써 오래된 이야기
해저까지 감춰진 거대함을 아무도 말하지 않았죠
말하지 못했죠
산처럼 떠 있는 얼음덩이가 조금씩 녹아내릴 때마다
그것은 눈물이 되었는데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서는 그들은 마녀가 틀림없어요 마녀의 연고를 바르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날아다닐 수 있대요 치마를 벗고 십자가에 궁둥이를 댄 채 큰 소리로 맹세하지요 악마에게 약속한 표식은 찢어진 눈, 해가 지면 주문을 외워요 아메리칸드림 아메리칸드림
계층의 바다에
노예처럼 다시 태어나는 스케이프 고트
인종의 바다에
바이러스처럼 다시 태어나는 뉴 니그로
감염된 사람들은 화염 속에서 밀입국한 꿈을 약탈하고
엄마, 나는 왜 찢어진 눈을 가졌나요
열두 살 두 눈앞에 쓰러진 아버지는 새벽기도에서 돌아온 엔젤리노
부활한 백색 테러에 불을 붙이고 다시 화형당하는 꿈
마술을 부리는 중세의 마녀를 불러올 때마다
불타는 십자가에 꽃을 피우는 계절병이 도져요
분노와 증오가 만나는 뒷골목에서는
가해자 아니면 피해자, 카인 아니면 아벨
꿈의 체위에 따라 창과 방패가 수시로 바뀌죠
눈 떠도 사라지지 않는 악몽처럼 유색의 꿈이 표백 당하고
빛나는 이마에 찍히는 낙인은 견딜수록 날이 서는 울음이에요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폭동에서 살아남은 것은
모델 마이너리티의 침묵의 입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호시절의 한가한 꿈이 아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