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프 고트 1 / 이월란
—LA 429 폭동 30주년에 부쳐—
검은 땅과 흰 땅 사이 사월이 오면
트라우마처럼 유색의 꽃이 핀다
사금파리 같은 유리조각을 밟으며 총탄 사이로 달려가던 양 한 마리
세상은 생각보다 뜨거워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노예시대부터 BLM*까지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봄꽃처럼 피고 지는 일
목화밭 물들이던 붉은 꽃의 함성으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던 마을로 달려든 검은 그림자
분노에 불을 붙이는 동안 익명의 가해자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타타타타 멀어지는 헬기 소리에
쳐들어오던 적군의 얼굴이 우리와 닮았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폭도들이 떠나온 집은 오래 전 우리가 떠나왔던 집
빈손으로 뛰쳐나온 아메리칸드림을 돌아보며 불꽃 속에 스러지던 이름
오인사격으로 스러진 흉상을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는 피 묻은 짐승, 엔젤리노
모델 마이너리티**라는 허울 아래
성실했던 침묵조차 빌어야 하는 또 하나의 죄가 되었다
아드모어***의 기도소리에 6일 전쟁의 기억이 붉어지면
수없이 지나쳐온 터닝 포인트, 올림픽 블러버드에 함성이 울려 퍼진다
We are One
We are One
We are One
* Black Lives Matter
** 순종적이고 조용한 아시안 이민자들
*** LA 코리아타운 서울국제공원의 예전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