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이월란 (2020-6)
얼굴을 지운 사람들이
길을 지우며 지나간다
걸어온 길들이 감염되었다는 속보가 뜨고
과거를 씻지 못하는 사람들은 손을 씻기 시작했다
숙주가 되어버린 나를 집에 두고 삼인칭으로 외출을 한다
입마개를 당한 사나운 개처럼 백기를 들었다
스스로 목줄을 채우고 거리를 둔다
익명의 전파자에게 달려드는 공포를 격리시키고
희망을 사재기하는 도시의 입
총기상에는 총기가 바닥나고 사람들은 두려움을 장전한다
바이러스를 닮은 침입자를 향해 조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보이지 않는 보균자들 사이로 두 눈이 걸어간다
표정을 빼앗긴 사람들은 여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