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이월란 (2016-7)
멀쩡한 좌회전 신호들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직진 아니면 유턴이다
체증 때문인지 안전 때문인지
돌지 않곤 방향을 바꿀 수 없다니
왼쪽에 핀 꽃들은 늘 더 화려했고
맘대로 나를 몰고 다니던
당신은 늘 어지러웠다
부드러운 회전 끝에
갈 수 없는 나라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잡히지 않던 왼가슴의 멍울
돌아서 나오다보면
왼쪽은 다시 오른쪽이 된다
좌회전이 되지 않는 핸들을 안고
늘 왼쪽으로 돌아눕는
당신을 본다
돌기 직전이다
편안하고 넓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좁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길을 걸으며 욕망을 채우려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길에서 자신의 욕심을 하나씩 버리기도 한다.
채우면서 좁아지는 길이 있는가 하면 버리면서 넓어지는 길도 있다.
지혜로운 자의 길은 마음 안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길은 마음 밖에 있다.
어떤 이는 함께 가는 사람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이는 자신의 짐을 그들이 대신 짊어져야만 걸음이 가볍다.
세상엔 수많은 길 위에서 저마다 '나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 길이 옳은 길인지는 알지 못한다.
https://youtu.be/dIxbegNvRzs